대통령실 “국가 경사, 신문 1면에 안 써”…‘회칼 테러’ 잊었나?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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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8일 오전 출입기자들과 만나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문제는, "두 신문"을 겨냥하면서 "국가적 경사"인데도 "1면에 안 썼다"고 기자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말하는 대통령실의 인식이다.
체코 원전 수주를 "국가적 경사"로만 볼 것인지, 다른 측면도 함께 볼 것인지, 얼마나 비중 있게 다룰 것인지는 언론사가 판단할 일이지 대통령실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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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8일 오전 출입기자들과 만나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전날 밤 선정 결정 직후 성태윤 정책실장이 생중계 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 윤석열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통했다고 강조한 데 이은 것이다.
기자가 ‘체코 현지 언론에서 지적하는 덤핑(생산 비용보다 낮은 가격) 논란 등 경제성이 낮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이 관계자는 생뚱맞게 언론에 대한 평가를 늘어놨다. 그는 “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국가적 경사인데 두 신문은 1면에 기사 한줄도 안 썼다. 이 신문들은 어떤 가치로 이 기사를 판단하는 거지?”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언론사를 특정한 발언이냐’는 사후 질의에 “이미 알고 계실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가 지칭한 두 신문 중 한곳은 한겨레다. 한겨레는 이날 최종판 1면에 해당 기사를 배치했지만, 용산 대통령실에는 이 기사가 실리지 않은 신문이 배달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두 신문”을 겨냥하면서 “국가적 경사”인데도 “1면에 안 썼다”고 기자들 앞에서 공공연하게 말하는 대통령실의 인식이다. 기사화 여부와 기사 배치에 대한 판단은 각 언론사의 고유 권한이다. 체코 원전 수주를 “국가적 경사”로만 볼 것인지, 다른 측면도 함께 볼 것인지, 얼마나 비중 있게 다룰 것인지는 언론사가 판단할 일이지 대통령실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비서실장을 비롯해 언론인 출신이 다수 근무하고 있는 대통령실의 고위 참모 입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실망스럽다.
지난 3월 황상무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엠비시(MBC)는 잘 들으라”며 1980년대 ‘정보사 기자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사퇴했다. 이는 여당 총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 뒤 4개월, ‘정부의 쾌거를 왜 1면에 다루지 않냐’는 식으로 입맛에 맞지 않는 특정 언론사에 불만을 표출하는 윤석열 정부의 편협한 언론관은 바뀐 게 없어 보인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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