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 상병 1주기,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누가 막고 있는가

2024. 7. 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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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19일 오전 9시10분 경북 예천군 내성천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던 해병대 채모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채 상병은 동료 50여명과 빨간 옷을 입고 보문교 아래에 구명조끼도 없이 들어갔다가 결국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소용돌이가 거세고 흙탕물까지 흘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 해병대원들이 구명조끼도 없이 왜 들어가야 했는지 지금껏 밝혀지지 않았다. 스무 살 청년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생을 마감했지만 누구 하나 처벌받은 사람도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진상 규명을 위한 두 차례의 ‘채 상병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했다. 시민들이 묻는다. “이게 나라냐.”

지난 1년간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로 격노했다. 윤 대통령은 해외 출장 중이던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실제로 전화를 걸었다. 박정훈 대령이 이끄는 해병대 수사단에는 실제로 외압이 가해졌다. 윤 대통령의 격노가 임성근 당시 사단장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설도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을 살리기 위해 VIP에게 로비를 하겠다는 녹취록이 나왔다. 정리하면 임 전 사단장을 살리기 위한 로비가 김 여사 지인들에 의해 시도됐을 수 있고, 윤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으며, 대통령실·국방부·경찰이 총동원돼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했다. 이 사건 진상 규명에 힘썼던 박 대령은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피의자가 되고, 공수처 수사를 받던 이 전 국방장관은 출국 금지 상태에서 호주대사로 임명되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자들은 거짓 해명을 했다.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연락한 적 없다고 했다가 증거가 나오자 전체적으로 통화를 많이 했다고 말을 바꿨다. 윤 대통령에게 채 상병 사건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한 대통령실은 VIP 격노설을 입증하는 물증이 나오자 국방비서관이 보고했다고 정정했다.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진술이 일관된 사람은 박 대령뿐이다. 이 와중에도 임 전 사단장은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라며 법원에 탄원서를 냈다. 어린 부하의 죽음 앞에서 이게 할 소린가. 이런 지휘관을 믿고 어떻게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겠는가. 이런 자를 윤석열 정권이 두둔·보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채 상병 사건의 진실 규명을 누가 막고 있는지 명확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바로 범인이라고 얘기했다. 격노도 외압도 없었고, 박 대령의 단순한 항명 사건이라면 윤 대통령이 수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시간은 권력자의 편이 아니다. 굴곡 많았던 한국 현대사가 이를 증명한다. 채 상병 사건의 진상은 규명될 수밖에 없고, 책임자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채 상병 유족에게 사과하고 특검법을 수용해 군 통수권자로서 도리를 다하기 바란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전북 정읍시 JB그룹 아우름캠퍼스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스물일곱 번째, 신 서해안 시대를 여는 경제 전진기지, 전북’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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