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는 자금유출 방아쇠 … 최소 150조 이탈 우려"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4. 7. 1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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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세제개편특위 토론회
해외주식투자 6년새 15배↑
금투세 강행땐 증시 직격탄
법인세 낸 기업엔 '이중과세'
상장사 稅감면 병행할 필요
당정, 금투세 전면 폐지 추진
기재부 "시장 악영향 최소화"

◆ 세제 레벨업 ◆

18일 송언석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위 위원장(오른쪽 둘째)이 국회에서 열린 '밸류업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세제 개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다음주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목소리가 나오면서 아예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금투세를 강행할 경우 법인세와 이중과세 논란이 불거질 뿐 아니라 거꾸로 세수 확보에도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18일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세법 전문가들은 "금투세를 시행하면 역설적으로 세수가 줄고 자본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는 이날 금투세를 도입하면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할 경우 연간 세수가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당초 금투세를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가 2년간 유예해 내년 1월 도입하기로 한 상태다. 대신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증권거래세는 지난해 0.23%에서 0.20%로 인하됐고 올해에는 0.18%, 내년에는 0.15%까지 떨어진다. 오 교수는 만약 금투세를 도입한다면 이중과세로 인한 조세저항에 부딪혀 증권거래세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될 공산이 있다고 봤다. 실제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를 하는 나라는 대부분 증권거래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금투세 도입으로 예상되는 세수 증가분은 연간 1조7000억원이지만 증권거래세 폐지에 따른 세수 감소는 연평균 6조7000억원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금투세를 도입할 때 오히려 연간 5조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뜻이다.

오 교수는 "증권거래세는 손익과 무관하게 매기는 세금이지만, 금투세는 위험자산에 매기는 세금으로 세수 확보가 불안정하다"며 "거래세를 축소하고 금투세를 시행하는 것은 확실한 것을 버리고 불확실한 것을 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투세 도입 시 국내 주식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진단도 잇따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1403만명으로 최근 5년 새 2.5배 넘게 불어났다. 이 중 금투세 대상자는 투자자의 1%인 약 14만명으로 추산된다.

오 교수는 "지난 10년간 한국 증시의 총주주수익률(TSR)이 5%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투세 대상자들의 투자금은 최소 150조원으로 추산된다"며 "금투세 도입 시 해당 자금이 시장에서 이탈할 우려가 있으며 이는 증시에서 하강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성욱 경희대 세무학과 교수도 "개인 주주의 연도별 주식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계산해 세수 규모와 변동성을 분석한 결과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것은 세수 안정성 측면에서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2017년 대비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건수는 15배 늘었고, 금액은 11.9배 증가했다"며 "해외 투자가 과거와 달리 활발해진 만큼 금투세 도입에 따른 자금 유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금투세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다가 실패한 대만 사례도 거론됐다. 대만은 1989년 금투세와 유사한 구조의 주식양도소득세를 도입했다가 한 달 새 증시가 36% 급락하는 부작용을 겪은 끝에 제도를 철회했다.

상장사가 이미 창출한 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냈는데, 금투세를 도입하면 기업 이익에 이중과세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만약 금투세를 시행한다면 이중과세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그만큼 법인세를 감면하는 게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날 당정은 금투세 전면 폐지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위 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은 "금투세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우려가 매우 크다"며 "금투세가 시행되면 국내 증시에서 자금 유출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도 "정부는 지난 1월 자본시장 발전과 국민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금투세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면서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최소화하고 금융 세제가 경제 활성화와 자본시장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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