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차례는 AI시대 전력 받쳐줄 SMR"… K원전 부활의 노래
두산에너빌, 美뉴스케일에
원자로모듈 등 기자재 공급
경제단체 일제히 "환영"
"탈원전 암흑기 끝났다"
원전中企들 일감 기대 쑥
한전산업 주가 18% 급등
◆ 체코원전 잭팟 ◆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가 체코 원자력발전 수주에 성공하면서 원전업계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미래 먹거리인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중소기업계는 유럽 수출길이 열리며 일감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원전업계는 차세대 원전인 SMR이 중장기적으로 국내 원전산업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로 인해 전력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SMR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SMR은 대형 원자로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고 수요지 인근에 건설할 수 있다. 기존 대형 원자력 발전소와 달리 배관 없이 주요 기기를 일체형으로 배치해 안정성도 높다. 발전량을 빠르고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파운드리(위탁 제작) 전략'을 세운 바 있다. 팹리스인 SMR 개발사로부터 제품을 위탁받아 다양한 주기기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2019년 국내 업체들 중 가장 먼저 미국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에 지분을 투자했고, 수조 원 규모의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한 바 있다. 또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에 지분을 투자하고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2029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루마니아 도이체슈티 SMR 발전소에선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하는 원자로 모듈이 사용될 예정이다. 루마니아 로파워는 폐쇄된 석탄화력발전소 용지에 462㎿ 규모의 SMR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에 핵심 주기기인 원자로 모듈을 제작해 공급할 예정이다. 뉴스케일파워가 미국에서 추진하는 SMR 24기 공급이 현실화하면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소기업계는 체코 신규 원전 프로젝트로 국내 수많은 원전 중소기업에도 낙수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남 함안에 위치한 발전기자재 제조 중견기업 A사 관계자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원전의 중심인 유럽 진출의 돌파구를 찾은 것 같다"며 "탈원전 암흑기에도 산업계의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정부, 학계, 관련 기관의 전방위적 협력이 이뤄낸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원전 격납로, 보조 건물, 터빈 발전기 등에 들어가는 각종 보조기기(BOP)를 생산한다. 2017년 국내에서 탈원전 정책이 시작되며 원전 사업 매출이 10분의 1 토막 났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날 경제계는 일제히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번 수주에 대해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제조업 강국 체코에서 거둔 쾌거로 기업·정부가 하나 돼 이뤄낸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가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의 물꼬가 돼 원전 수출이 더욱 확대되길 희망한다"며 "체코 원전 수주의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해 중소기업계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팀 코리아'가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관련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저가 수주 우려도 씻어내면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업계가 환호하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전산업 주가는 18.27% 오른 1만774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전기술은 7.05% 오른 8만2000원에, 한전KPS는 3.46% 오른 3만8900원에 각각 종가를 형성했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두산에너빌리티는 되레 주가가 1.18% 빠졌다. 대우건설은 1.67% 오르는 데 그쳤다.
원전 2기 수주 금액 24조원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서프라이즈'라는 평가가 나온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원전 2기를 건설한다고 할 때 예상 공사비는 11조7000억원 수준이었는데, 그보다 105% 더 많은 금액으로 수주를 따낸 것"이라며 "저가 수주 우려가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정유정 기자 / 양연호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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