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다 들썩이는데 … 집 공급에 문제없다는 국토부
공급 부족해 시세 오르는데
4~5년 걸릴 중장기 대책만
3기 신도시 내년 풀릴 물량
7900가구 그쳐 턱없이 부족
LH가 매입임대 늘린다지만
상반기 목표 5%도 못채워
치솟는 전셋값 처방도 시급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필요
◆ 안이한 부동산 대책 ◆
"중장기적 시행 효과는 있어도 단기적 효과는 없을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18일 정부가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내놓은 주택 공급 대책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진단했다. 정부 대책의 골자는 2029년까지 23만6000채 주택 분양, 내년까지 비아파트 공공매입임대 1만채 추가다.
좀 더 들어가보자. 정부가 공급할 23만6000채는 3기 신도시 5개 지구에서 7만7000채, 수도권 중소 택지 60여 곳에서 15만9000채를 더한 수치다. 하지만 이는 당장 서울과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와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 나오는 3기 신도시 본청약 물량은 1100가구가 전부다.
내년 본청약에 돌입하는 물량도 7900가구 정도다. 내년 상반기에 경기 고양창릉(1800가구)과 하남교산(1100가구) 물량이 풀릴 예정이지만, 두 곳 물량을 합쳐도 2900가구 안팎에 불과하다. 하반기에는 남양주왕숙 3000가구, 부천대장 2000가구가 나올 예정이다. 2029년까지 23만6000가구를 분양한다고 하지만, 당장 내년까지 나오는 물량은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이 때문에 고 교수는 "수도권 집값 상승세는 현재대로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만약 올 4분기에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붓는 격이어서 3기 신도시 물량만 기다리고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정부 대책을 평가절하했다.
국토부는 올 하반기 주택 2만채 공급을 위해 수도권 신규 택지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또한 당장의 집값 잡기 대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택지 지정부터 입주까지는 적어도 10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3기 신도시 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무주택 서민과 청년을 위한 공공매입임대 주택 정책도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보이는 전문가가 많다. 국토부는 비아파트 정책으로 공공매입임대 주택을 내년까지 12만채가 아닌 13만채로 1만채를 늘려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올 하반기에만 5만4000가구의 매입임대 주택을 수도권에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올 상반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인 매입임대 주택 물량을 보면 총 1576가구인데, 목표치의 5%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주택 착공과 준공이 작년보다 늘었다는 근거를 들면서 공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허가가 줄어든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한다. 국토부의 안이한 판단에 대해 우려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실 인허가 감소는 2~3년 후 신축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이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실수요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5월 인허가 물량은 12만5974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 16만5896가구보다 24.1% 감소했다. 연간 목표 물량을 달성하려면 연말까지 40만가구 이상 인허가가 이뤄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고분양가를 비롯한 구조적인 집값 상승 원인이 여전한 가운데 원론적인 공급 확대만 강조한 것으로는 주택 가격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준공 10년 이내의 아파트 매입으로 쏠리면서 집값 상승이 두드러졌다"며 "고분양가 문제를 해결해야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청약시장에 대기 수요를 만들어 시장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 역시 "원가 상승 여파로 분양가가 상승하고 주택 가격도 따라 오르는 상황"이라며 "대출 규제를 기준금리 인하 이후로 미루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셋값의 지속적인 오름세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줘 처방이 시급하다. 업계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다주택자를 임대주택 공급자로 인식하고 이들에 대한 취득세 중과 등 규제를 풀어야 전세시장과 매매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 이희수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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