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걸림돌 다 풀겠다"… 英, 국가주도 경제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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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찰스 3세는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궁에서 열린 의회 개원식에서 스타머 정부가 제출한 연설문을 읽었다.
영국 공영 BBC방송은 39개 법안 가운데 15개를 경제 관련 법안으로 분류하고 "스타머 정부의 장기 국정계획의 핵심은 경제 안정과 성장"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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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공기업 설립하고
철도 서비스 국영화 추진
불법이민 단속·치안 강화
우파 정책도 우선순위 포함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17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개원식에서 노동당 키어 스타머 정부의 국정과제를 제시하는 '국왕 연설(King's Speech·킹스 스피치)'을 했다. 표면적으로는 경제 성장을 강조했지만, 정부의 역할 확대를 전제로 한 좌파적 색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다만 불법 이민 단속과 치안을 강화하는 등 우파적 정책도 우선순위로 선정했다. 과거 노동당 리더였던 토니 블레어가 주창한 '제3의 길'과 유사한 실용주의 노선이다.
이날 찰스 3세는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궁에서 열린 의회 개원식에서 스타머 정부가 제출한 연설문을 읽었다. 킹스 스피치를 통해 노동당은 39개 법안의 입법 계획을 발표했다. 찰스 3세는 "선도적인 산업 국가로서 영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성장과 부의 창출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공영 BBC방송은 39개 법안 가운데 15개를 경제 관련 법안으로 분류하고 "스타머 정부의 장기 국정계획의 핵심은 경제 안정과 성장"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키어 스타머 총리는 킹스 스피치 전에 성명을 내고 "우리는 성장의 잠금을 풀겠다"며 "영국의 '브레이크'를 풀겠다"고 말했다.
스타머 정부의 경제 구상은 '국가가 주도하는 성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킹스 스피치에서 밝힌 핵심 추진 법안을 보면, 스타머 총리는 국영 청정에너지 기업인 GB에너지를 설립하고 1993년 보수당 집권 때 민영화된 영국 철도 서비스를 다시 국영화한다.
노선별로 민간에 팔렸던 브리티시 레일을 그레이트 브리티시 레일이란 이름의 회사로 합친다. 연금 투자를 활성화하고 각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국부펀드(NWF)를 조성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 정부가 영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노동당은 50년 전에 정부 주도로 산업 개발을 추진했다가 재앙적인 결과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멈춘 영국 경제를 다시 뛰게 하려면 정부가 견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평가했다.
경제 성장 구상에는 좌파적 성향이 묻어났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우파적인 면모가 드러났다. 찰스 3세는 "국경을 강화하고, 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들겠다"며 "국경안보본부를 신설하고, 조직적인 이민 범죄를 단속하기 위해 대테러 권한을 강화해 망명과 이민 체계를 현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안보 부문에서도 핵 억지력을 포함한 병력 유지, 유럽연합(EU)과의 새 안보 협정 체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의 역할 강화 등을 약속했다. 노동·환경 부문에서는 좌파 색채를 감추지 않았다. 계약직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법안 입법을 약속했고, 지속 가능한 항공유 생산 지원 법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유전이나 가스전을 탐사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계급 혁파' 움직임도 보였다.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도 약속했다. 대대적인 국민보건서비스(NHS) 개편 등 사회 기반 서비스 개선, 주택 건설 확대 등 법안이다.
전체적으로 실용주의 중도 노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좌파와 우파의 요구를 모두 반영하고 있는 스타머 총리의 영국 재건 구상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P통신은 "스타머 정부는 친노동적이면서도 친기업적인 정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결국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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