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소속 홍콩 기자, 갑작스레 해고 통보···“언론 자유 옹호했다는 이유”

조문희 기자 2024. 7. 1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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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기자협회 신임 회장인 셀리나 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가 17일(현지시간) 사측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홍콩 언론인이 홍콩기자협회(HKJA) 회장으로 선출된 뒤 약 한 달 만에 해고됐다. WSJ는 구조조정의 일환이라지만, 해당 기자는 홍콩에서 언론 자유를 옹호하지 말라는 사측 요구를 거부한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WSJ 홍콩 지국 소속 취재기자 셀리나 청(32)은 17일(현지시간) 사무실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WSJ 국제뉴스 책임자인 고든 페어클로가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며 직접 자신의 고용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청은 사측 주장과 달리 이번 해고를 자신이 지난달 HKJA 회장으로 선출된 영향으로 보고 있다. 그녀는 “영국에 있는 상사가 (선거 당시) 내게 선거에서 물러나라고 지시했다”며 자신은 거절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청은 또 상사로부터 이해 상충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WSJ 직원이 홍콩과 같은 곳에서 언론의 자유를 옹호하는 듯 보여서는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청은 “기자들과 그들의 권리가 위협받는 곳에서, 기자들이 일하는 데에 필요한 자유를 옹호하는 것을 신문의 편집자들이 가로막아 직원 인권을 적극 침해하려는 데에 깊이 충격 받았다”고 말했다. WSJ가 러시아에 1년 이상 억류된 미국 언론인 에반 게르시코비치의 석방을 위해선 적극적인 로비를 벌이면서 홍콩 언론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며 언론 자유에 있어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고도 했다.

홍콩은 중국과 달리 언론 자유를 보장해 수십년 동안 주요 서구 매체들의 아시아 뉴스 허브를 담당했으나, 홍콩 국가보안법 등 중국 정부의 억압이 심해지면서 언론 자유 지수가 크게 낮아졌다. 당국에 비판적인 독립 언론 상당수가 압수수색 및 기자 체포를 당한 뒤 문을 닫았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서울, 싱가포르 등 다른 지역으로 아시아 본부를 옮겼다. 홍콩 외신기자클럽 조사에 따르면 홍콩 언론인 70%가 자기 검열을 경험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HKJA는 노동조합을 겸하는 언론인 단체로, 홍콩 내 얼마 남지 않은 반정부 성향 단체로 꼽힌다. 청이 HKJA 회장으로 선출되고 얼마 뒤 관영 타블로이드 신문 글로벌타임스는 협회 새 지도자들을 “외국 반중세력”의 파트너라고 묘사하며 “황당하고 불안하다”고 표현했다고 NYT는 전했다. 청은 “홍콩 언론이 수년 동안 마주해 온 두려움과 불안이 멀리 다른 대륙에 있는 월스트리트저널 경영진에게도 똑같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기자연맹(IFJ)은 18일 “선출된 노조 직책을 청이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홍콩에서 독립적인 언론 활동의 공간을 더욱 좁힐 것이며, 홍콩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인 결사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WSJ를 비판했다.

WSJ 측은 개인 인사 문제에 대해선 논평하지 않았다면서 “WSJ는 홍콩과 전 세계에서 언론 자유를 위한 치열한, 목소리 높은 옹호자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청은 2022년 입사 후 중국 자동차 분야를 주로 취재했으며, 지난달 22일 HKJA 회장으로 선출됐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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