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정치 원투펀치` 맞은 글로벌 반도체
美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6.8%↓
TSMC·ASML·엔비디아 등 급락
빅테크 종목 실적발표 관찰 필요
조 바이든 미국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외 반도체 기업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과 발언을 쏟아내며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등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떨어졌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 대비 3.63% 떨어진 21만2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틀 새 주가가 2만원 넘게 빠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대만이 우리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이 미국에 새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미국이) 수십억 달러를 주고 있지만, 그들은 미국에 공장을 지은 후 (이익은) 다시 자기 나라로 가져갈 것"이라고 반도체 보조금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기업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대만 TSMC와 마찬가지고 미국 투자를 확장 중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미국 진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주가도 요동쳤다.
바이든 정부가 내놓은 정책 방향도 반도체 기업에 악재로 작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국 반도체 기술 수출 제재를 한층 더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가 검토 중인 반도체 업체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적용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미국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조금이라도 사용했다면 대중 수출 시 상무부 허가를 받도록 한 규정이다.
ASML이나 도쿄일렉트론을 겨냥한 정책으로 평가받지만, 이 정책 역시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악재로 TSMC, ASML의 주가가 먼저 곤두박질 쳤고, 뉴욕증시에서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6.6%), AMD(-10.2%) 등의 주가도 급락했다. 이들은 미국 기업이지만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 외교 불확실성 확대가 악재로 이어졌다.
이같은 약세로 앞선 뉴욕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6.8% 하락했다.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예고에 대형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이며 코스피도 하락 마감했다"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규제 검토 소식과 트럼프의 대만 관련 발언에 반도체주 매물 출회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정부의 행보가 현재는 투자자의 심리적인 요인을 자극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현재 불안 상황이 업황이나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음 주 알파벳과 테슬라 등 주요 빅테크 종목과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단기 변동성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실적과 가이던스 개선을 보여주는 업종은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트럼프와 바이든의 정책이 반도체 업황이나 실적에 영향을 주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 지금은 심리 수급적인 변수에 그칠 것으로 본다"면서도 "불안이 실제 업황이나 실적에 영향을 미치면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대형 기술주에서 빠진 자금이 블루칩 등으로 향하는 긍정적인 순환매가 나타난 뉴욕증시와 달리 코스피는 당분간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앞선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들의 일제 약세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하락 마감했지만, 블루칩 중심의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코스피는 체코 원전 수주 호재에도 대형주들의 약세에 하락 마감했다.
이 부장은 "코스피 시장에서도 그동안 가격이 빠졌던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반등을 시도하거나, 이날 삼성전자의 플러스 반등같이 순환매 양상이 조금 보이긴 했다"면서도 "순환매가 돌만한 저평가된 종목들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 높지 않아 미국만큼 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전망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2800선에서 단기 지지선을 형성하고 당분간 반등 시도가 이어지겠지만 통화정책이나 정치적 상황들이 어느정도 정리돼야 상승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달 2900선까지 오른 뒤 8~9월 차익 매물과 통화정책 변화 등으로 쉬어가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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