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한국 떠나는 외국인 창업가들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마티스 부에치 등 스몰pdf 초기 멤버들은 한국에 머물 때 창업에 나섰다. 멀리있는 가족과 대용량 파일을 주고받는 게 불편하다보니 파일 변환 수요가 있을 걸로 봤다. 창업비자를 받아 한국에서 제대로 사업을 펼치고 싶었지만 뜻밖에 발목이 잡혔다. 이들 중 1명에게 학사 학위가 없었다. 한국은 학사 이상 학위가 있어야 창업비자를 발급해 준다. 결국 이들은 본사를 스위스에 세웠다. 스위스는 유럽에서도 스타트업 유치에 열심인 나라다. 스몰pdf는 현재 24개 언어, 195개국에 서비스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라시스는 프랑스에서 건너와 한국 시장을 노크했다.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KSGC)에 선정되며 주목 받았다. 그러나 이듬해인 2021년 프랑스로 돌아갔다. 미라시스가 당초 한국을 주목한 건 '삼성전자 보유국'이란 사실 때문이다. 한국의 빠른 IT(정보통신) 기술과 우수한 인재 풀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이내 제도적 장벽과 개방성 부족에 한계를 느낀 걸로 알려졌다. 미라시스는 삼성전자 프랑스 지사와 협력했고 2024년 현재 모국인 프랑스 기반으로 활발히 사업을 펴고 있다. 미국 CES에도 참가했다.
수년 전 이들을 돌려보낸 제도는 지금도 큰 걸림돌이다.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프로그램이 실제로 지원한 창업팀은 2020~2023년에 걸쳐 해마다 줄어들었다. 대부분 비자발급이나 정착지원금 지급 관련 행정절차가 애로사항으로 지적됐다. 중기부와 국회예산정책처의 조사 결과다. 우리나라는 좋은 외국인 스타트업을 발굴하더라도 선진국 대비 창업비자 발급이 어려운 게 단점으로 평가된다. 비자 갱신주기가 1년으로 짧은 편이고 갱신증빙도 까다롭다.
물론 해외진출이나 철수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외부요인보다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본질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해외로 나간 한국 스타트업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사업을 접곤 한다. 그렇다고 애써 한국 시장을 두드린 외국인 창업가들이 체류자격을 인정받지 못해 짐을 싸는 상황은 우리나라에 큰 손실이다. 파격적인 창업·취업 개방 정책을 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이영 전 중기부 장관은 외국인 창업뿐 아니라 내·외국인이 합작하는 다국적 창업팀이 성장할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AI(인공지능)·반도체·미래에너지 등의 디지털 경제 생태계는 이미 국경을 초월해 발전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한국이 창업대국이 되자면 인재확보가 최우선인데 그럴 수 있는 동력은 인구소멸과 의대 쏠림 등의 현실 앞에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글로벌 빅테크 창업자 가운데 대학 중퇴자도 있다"며 "이처럼 '학위 없는 천재들'에 대한 비자도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프랑스 창업지원기관 라프렌치테크에서 한국에 파견 근무중인 클레망 메타람 어드바이저는 "한국이 지금보다 더 나은 인바운드 강국이 되려면 영어 등 외국어 사용이 편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인재들이 국내에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하고 창업 및 비자 정보도 외국어로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외국인이 창업비자를 받으려면 일정 등급 이상 한국어능력시험 결과를 내야 한다. 정부의 전향적인 고민과 지속적 노력이 필요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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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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