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반도체, AI 열풍 삼킨 美 대선 리스크[반도체주 美쇼크]①

김정현 기자 2024. 7. 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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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FDPR' 트럼프는 '대만 비판'…관세 리스크 높아져
韓·日·대만 반도체株도 동반 하락…글로벌 증시도 '흔들'
ⓒ News1 DB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인공지능(AI) 열풍에 올해 '대세'로 자리잡은 반도체주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책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맥을 못추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두 반도체 무역과 관련해 엄격한 태도를 취하면서 뉴욕 증시와 국내 증시의 반도체 주가 모두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는 전일 대비 8.37달러(6.62%) 하락한 117.99달러에 장을 마쳤다.

AMD(-10.21%), 브로드컴(-7.91%), 퀄컴(-8.61%), 마이크론테크놀러지(-6.27%)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모두 하락하면서 반도체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일 대비 6.81% 하락한 5408.71에 마감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로고. ⓒ 로이터=뉴스1

◇바이든 행정부, 도쿄 일렉트론·ASML에 FDPR 적용 '만지작'

이같은 반도체 관련주의 폭락은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강화 검토 보도와 트럼프의 대만 비판이 동시에 충격을 준 탓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7일 바이든 행정부가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과 네덜란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공급 업체인 ASML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해 중국 반도체 기업과 거래를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DPR은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이라고 해도 미국산 기술 및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다면 미국산 제품으로 간주해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정이다. 앞서 지난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 화웨이 규제를 위해 FDPR을 대반 TSMC에 적용한 바 있다.

이에 도쿄 일렉트론은 전날 일본 증시에서 전일 대비 7.5%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8.75% 하락마감했다. 일본 시총 3위 도쿄 일렉트론을 비롯한 일본 반도체 관련주의 약세에 니케이지수도 2.36% 내렸다.

ASML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전망치를 넘어선 2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높은 중국 수출 비중 우려에 12.29% 폭락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기준 ASML의 중국 매출 비중은 49%로, 중국향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0% 증가했다"며 "대선 정국 영향으로 AI 반도체 관련 주도주 상승 모멘텀이 약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tsmc ⓒ 로이터=뉴스1

◇트럼프 "대만이 美 반도체 산업 가져가"…대만 위탁생산 엔비디아·AMD '흔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터뷰도 반도체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의 100%를 가져갔다"며 "대만이 미국의 안보 지원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지난밤 TSMC의 주가도 10.21% 급락했다. TSMC 의존도가 높은 대만 가권지수도 1.56% 하락 마감했다.

대만 반도체 산업이 위축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산업 성장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엔비디아, AMD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대만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 참석해 "대만에는 티에스엠시, 콴타, 폭스콘, 어드밴텍 등 엔비디아를 30년 이상 지지해 준 친구들이 있다"며 "엔비디아는 파트너들과 새로운 전략 개발과 성장을 공유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른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 AMD도 대만에 약 2100억 원을 들여 AI 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다.

반면 미국 반도체 보호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수혜가 기대되는 미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인텔의 주가는 0.35% '나홀로 상승'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증권가 "AI 성장 잠재력은 유효하지만…단기 급등에 악재 민감"

글로벌 반도체 충격의 여파는 국내 증시에도 몰아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SK하이닉스(000660)는 전일 대비 8000원(3.63%) 하락한 21만 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005930)는 200원(0.23%) 오른 8만 6900원에 마감했다.

국내 주요 반도체 업종 지수인 KRX반도체도 지난 17일 4.25% 하락 마감한데 이어 이날도 106.92포인트(p)(2.39%) 하락해 4357.53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장비 및 반도체 기업의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높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가능성 상승 이후 세금 인하, 규제 완화와 같은 기업실적에 긍정적인 부분들이 강하게 반영됐으나, 관세 부과·글로벌 무역 축소 등 현재의 금리인하 기대와 상충되는 부분이 리스크로 반영되기 시작할 소지가 있다"며 "AI의 장기 성장 잠재력은 유효하나 단기 급등한 만큼 악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로 반도체 장비와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매크로 이슈로 단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결국 변동성 완화를 위해서는 확실한 실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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