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치 흔든 나경원의 ‘공소 취하 청탁’, 검찰은 당장 수사하라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17일 전당대회 4차 방송토론회에서 법무부 장관 시절 나경원 후보가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나 후보도 부탁한 사실을 인정했다. 아무리 여권 인사라 해도 법무부 장관에게 공소 취하를 청탁한 것 자체가 법치를 흔드는 일이다. 청탁한 사람,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람 모두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검찰은 당장 수사해야 한다.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나 후보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때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저지하려고 국회에서 몸싸움을 벌여 자유한국당 의원 23명, 민주당 의원 5명이 국회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것을 말한다. 이들은 이듬해 재판에 넘겨졌지만 4년째 1심 선고도 나지 않고 있다.
자신이 연루된 형사 재판 사건에 개입해 법무부 장관에게 공소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면, 사건의 수사·재판·결정 등을 법령에 위반해 처리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청탁금지법을 어긴 것이다. 나 후보는 공소 취소 부탁을 “개인이 아닌 국민의힘의 일”이라느니 “헌정 질서를 바로잡아 달라는 것”이라고 변명하지만, 위법 사실을 덮을 순 없다.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며 공소 취소 요청을 거절했다고 하지만, 공직자가 부정 청탁을 받으면 신고해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 두 사람 모두 수사와 처벌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한 후보는 18일 자신의 폭로를 두고 당내에서 비판이 커지자 “신중하지 못한 발언에 죄송하다”고 했다. 사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한·나 후보가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 한다고 덮일 사안도 아니다. 두 사람이 공소 취소 청탁을 인정한 만큼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검찰도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한다. 검찰이 머뭇거린다면 여당 인사 봐주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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