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또 이겼다" 대법원, 동성 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박상혁 기자 2024. 7. 1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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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실혼 동성 동반자 피부양자 인정 안 하는 것은 차별"

"오늘의 기쁜 소식은 비단 우리 부부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 평등 바라는 시민들이 함께 기뻐하고 같이 웃을 수 있는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식이 징검다리가 되어서 성소수자도 혼인제도를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회가 실현되면 좋겠습니다." (김용민 씨의 배우자 소성욱 씨)

대법원이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성소수자 부부의 법적 권리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소송 당사자인 김용민·소성욱 부부와 대리인단, 그리고 대법원 선고를 함께 지켜보기 위해 대법정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을 한꺼풀 벗겨낸 판결에 재판장을 나오자마자 일제히 환호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은 18일 소성욱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며 재판관 다수 의견으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동성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법원이 동성 커플의 제도상 권리를 확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성 연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와 김용민씨(오른쪽)가 재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소감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은 "피고(국민건강보험공단)가 직장가입자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즉 이성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을 처분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 줘 그를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이성동반자)과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 가입자와 피부양자 자격관리 등을 집행하는 특수공익법인인 피고는 공권력 행사의 주체로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실현할 책임과 업무를 겸해 차별적 위법성에 더 엄격히 고려해야 한다"라며 "지난 40년간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가 불평을 해소하는 방면으로 시행되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가족결합이 변화하는 모습에 대응하는 것이 인정된다"고 했다.

소 씨와 그의 남편 김 씨는 선고가 나오자마자 감격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장을 나온 이후부터는 소 씨 부부와 그 지지자들이 함께 환호의 함성을 내질렀다. 대법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축제의 분위기와 같았다.

소 씨는 "판결을 들었을 때 감격의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이 기쁜 소식이 징검다리가 돼서 성소수자도 혼인제도를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 씨도 "우리는 지금까지 11년간 함께한 동반자고 앞으로도 함께할 동반자, 배우자, 내 사랑"이라며 "법원에서 부부로서의 권리를 처음 인정받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소 씨 부부의 공동대리인단인 장서연 변호사는 이번 재판의 의미에 대해 "사실혼 관계에 있는 이성동반자 관계와 동성동반자 관계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고 본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동성부부들은 제도적 차별과 억제로 인해 어떠한 권리와 의무도 없었다"라면서도 "이번에 동성부부의 권리를 인정하는 최초 판결이 나옴으로써 동성부부와 관련한 다른 제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동성 연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와 김용민씨(오른쪽)가 손을 잡고 밝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소 씨 부부는 지난 2019년 결혼식을 올렸지만 지금까지 법적인 혼인 관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소 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직장가입자인 배우자 김 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자 취득 신고를 해 2020년 2월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공단은 같은 해 10월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가입 기록을 삭제했다. 이에 소 씨 부부는 "성별을 이유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했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동성인 둘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공단의 보험료 부과 처분은 적법하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공단이 이성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관계인, 동성결합, 동성커플에 대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동성혼을 법제화한 국가는 전 세계 총 40곳이다. 아시아에서는 대만과 네팔, 태국이 동성부부 간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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