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회복 불 지핀 서이초 교사 1주기…전국 곳곳서 추모행사(종합)
교육부·교육감協, '교권보호 선언문' 채택…현장선 "변화 체감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신규교사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교권보호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불을 붙인 '서이초 사건'이 18일 1주기를 맞았다.
이날 교원단체와 전국 교육청, 교육대학교 등은 곳곳에서 추모 행사를 열고 숨진 교사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한편,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법적·제도적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 사회적인 노력으로 '교권보호 5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교사들이 학부모와의 마찰을 우려해 교권 침해에 대해 정당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등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도'와 '교권보호' 촉구 목소리…전국 곳곳서 추모행사
서이초 교사의 사망 1주기인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교원단체·교원노조와 교육청, 교대 등이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협의회 총회가 열리는 울산에서 공동 추념식을 열고, 교원의 교육활동과 모든 학생의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도록 행·재정적인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일 년 전 오늘, 우리는 안타까움과 슬픔 속에서 선생님을 떠나보냈다. 고인이 되신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는 교육감님들과 강화된 교육활동 보호제도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정서적 아동학대 요건의 구체화, 교육활동에서의 안전사고 책임면제 요건에 관한 사항 등 추가적인 법 개정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서울교사노조 등은 서울교대에서 공동 학술토론회를 열어 서울시민·교사 대상 여론조사 결과와 서울 초등학교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 관련 연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서울교사노조에 따르면 이달 3~7일 서울 초등학교 교사 8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내가 행한 교육활동이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없음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는 문항에 대한 동의가 5점 만점에 4.58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서초구 서이초 사거리에서 여의도 국회까지 '추모 걷기 행사'를 진행하고, 악성 민원인 처벌과 '공교육정상화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전국 8개 교대와 2개 초등교육과 학생회로 구성된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교대생 700명이 참여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97.4%는 서이초 사건 이후 교직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고 답했다.
서울시교육청·6개 교원단체·교사유가족협의회도 서울시교육청에서 추모식을 공동 주관했다.
서이초 순직 교사의 사촌오빠인 박두용 교사유가족협의회대표는 추모식에서 "서이초 이전과 이후에 수많은 선생님이 돌아가셨지만, 유족은 심리지원과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방 안에서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런 분들을 돕는 것이 고인을 기리는 절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각 지역에서 지역 교육청과 교원단체·교원노조 등이 주최하는 추모 행사도 진행됐다.
교육부 "법·제도 변화 위해 노력" …현장에선 "체감 어려워"
교육부는 지난해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 등을 담은 '교권보호 5법'을 입법하고 교육활동보호 종합대책을 내놓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권침해 사안을 심의하는 교육활동보호위원회는 올해 3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1천364회 개최됐다.
교보위 개최 건수가 2022학년도 3천35건, 2023학년도 5천50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교육부는 교사들이 교육활동 침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육활동 침해 보호자를 대상으로 관할청이 고소·고발한 건수는 올해 상반기 12건이었다. 2022년 4건, 2023년 11건에서 늘었다.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에서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가 도입된 지난해 9월 25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9개월간 교육감 의견서는 총 553건이 제출됐는데, 이 가운데 70%(387건)는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의견이었다.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의견을 제출한 사안 중 종결된 160건 가운데서는 85.6%(137건)가 불기소·불입건으로 마무리됐고, 7건(4.4%)만 기소 처분됐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사에 대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 민원이 끊이지 않아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담배를 피우거나 수업 중 태블릿PC로 다른 콘텐츠를 보는 학생을 지도했다는 이유로 '정서적 학대' 신고를 받은 교사도 있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교육활동 침해 사안 중 단 9%만 교보위 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교육청 자체 조사 결과도 있다"라며 "교육부가 교육활동 보호가 강화되고 있다고 발표하는 것은 일부 개선된 점들만을 열거하여 교권보호 조치의 실효성 논란을 덮으려는 눈속임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좋은교사운동은 "교사들은 여전히 크게 달라진 것 없는 교단에 그대로 서고 있고, 교육당국이 발표한 교권보호 조치들은 구멍이 숭숭 뚫린 성긴 안전망이 되고 있을 뿐"이라며 ▲ 교육주체간 대화의 장 마련 ▲ 교권보호 조치와 관련한 인력·예산 지원 강화 ▲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보완 입법 등을 촉구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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