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 무임승차는 없다"···'트럼프 2.0' 제시한 밴스
방위비 인상 등 강경 정책 예고
성장 과정 밝히며 바이든 비난
장남 등 트럼프 가족도 총출동
“제 남편이자 미국의 다음 부통령을 소개하는 것은 저의 특권입니다.”
부인인 우샤 칠루쿠리 밴스의 소개를 받으며 J D 밴스 상원의원이 공화당 전당대회장 연단 위로 오르자 컨트리 가수 멀 해거드의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만 39세에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공화당의 미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수많은 당원들 앞에서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밴스 의원은 17일(현지 시간) 위스콘신 밀워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 지명을 공식 수락하면서 그의 등장곡처럼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동맹들을 향해 미국에 ‘무임승차’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산 에너지를 쓰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이 자랐던 불우한 환경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워싱턴의 ‘직업 정치인’들 탓이라고도 비난했다. 하루 뒤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등장에 앞서 ‘트럼프 2.0’의 예고편을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밴스 의원은 이날 “우리는 동맹들이 세계 평화 확보의 부담을 분담하도록 분명히 할 것”이라며 “미국 납세자의 관대함을 배신하는 국가에 대한 무임승차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한국·일본 등 동맹들을 향해 방위비 인상을 거세게 압박해온 ‘트럼프 1기’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또 “우리는 공장을 다시 짓고 미국 노동자들의 손으로 미국 가족을 위해 진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사람들을 일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면서 “미국 노동자의 임금을 보호할 것이며 미국 시민을 등에 업고 중국이 자국 중산층을 건설하는 것을 중단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대외 정책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꼭 필요할 때만 우리 아이들을 전쟁에 보낼 것”이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슬람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를 제거할 때 보여줬듯이 (적을) 펀치로 때릴 때는 강하게 날릴 것”이라고 했다.
밴스 의원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 지대)인 오하이오에서 자란 자신의 불우한 유년 시절을 회고하면서 이와 상황이 비슷한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올해 대선 최대 경합주의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 표심을 파고 들었다. 그는 자신이 자랐던 마을을 “워싱턴의 기득권들에게 버려지고 잊혀져 가고 있던 곳”이라 규정하며 “내가 4학년일 때 조 바이든이라는 직업 정치인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이라는 나쁜 무역협정을 지지했고 셀 수 없이 많은 좋은 일자리를 멕시코로 보냈다”고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다.
또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바이든은 좋은 중산층 제조업 일자리를 파괴하는 협정을 지지했으며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재앙적인 이라크 침공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바이든과 워싱턴의 다른 무능한 정치인들의 정책 때문에 미국은 값싼 중국산 제품과 외국인 노동력으로 넘쳐났고 수십 년이 지나서는 중국산 펜타닐로 넘쳐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들을 열거하면서 “나는 내 출신을 잊지 않는 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가 부패한 워싱턴의 배신 행위를 뒤집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만들었다. 그(트럼프)에게 4년이 더 주어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 상상해보라”고 그가 외치자 전당대회장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날 3일차에 접어든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대거 출동해 마치 가족 축제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막후 실세로 떠오르는 장남 도널드 트럼프는 총기 피격 사건을 언급하면서 “그(트럼프 전 대통령)는 겁내지 않고 항복하지 않았다. 차기 미국 대통령이 사자의 심장을 가졌음을 보여줬다”고 치켜세웠다. 손녀 카이 트럼프도 깜짝 등장해 “미디어에서 말하는 것과 달리 할아버지는 사랑스런 사람”이라고 말했다. 4개월간 수감됐던 트럼프의 ‘경제 책사’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국장이 출소하자마자 연설자로 등장하자 행사장에서는 “싸우자(fight)”는 외침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밀워키=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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