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방송4법 중재안’ 책임 떠넘기기···“방송장악 중단 먼저” VS “진의 의심”

신주영·이보라 기자 2024. 7. 1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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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7일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에 ‘방송4법’ 대치 중단과 범국민협의체 구성을 주문했으나 여야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기싸움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의장 중재안을 수용했으나 “방송장악 중단이 먼저”라고 조건을 달았다. 국민의힘은 오는 19일 의원총회를 열어 최종 입장을 정할 방침이지만 “진의가 의심된다”며 중재안 수용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18일 의원총회를 열고 우 의장 중재안에 대해 조건부 수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오는 24일까지 방송4법 대치를 중단하고 냉각기를 갖되, 정부·여당에서도 중재안을 받아 들여야 범국민협의체 구성에 협조하겠다는 것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우 의장이 긴급하게 제안해주신 내용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여당의 입장을 들어서 이후 상황을 판단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우 의장이 여야에 중재안을 제시한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일부 제기됐다. 노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법안이 의결돼야 하는 상황에서 (의장이) 특정 법안에 대한 중재를 하겠다는 것이 그런 고뇌와 진정성은 공감하나 이런 사례가 반복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느냐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복수의 의총 참석자에 따르면 한 초선 의원이 “제헌절이라는 특성을 고려해서 원칙적으로 얘기한 거라면 상관없는데 (의장이) 다른 원칙을 세워서 관여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법과 원칙에 따라서 다수결로 표결할 수 있도록 진행을 해주시면 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번에는 의장 중재안을 받지만 앞으로는 자꾸 이러면 안 된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우 의장의 깊은 고뇌를 이해한다”면서도 “방송장악을 위한 움직임이 멈춘다면 야당은 얼마든지 의장님이 제안한 범국민협의체 구성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정부·여당에 “국회의장의 충정어린 고뇌에 화답해주길 바란다”며 전향적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19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방송4법에 대한 입장을 정한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우 의장께서 진정성을 가지고 함께하자고 제안해주셨다 생각한다”며 “추경호 원내대표가 당 과방위원들과 이문제와 관해 논의하고 있고 여러 중진 의원들 말씀을 폭넓게 듣고 있다. 내일 오전 의원총회가 예정돼있는데 그 자리에서 의견을 정리해서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국민의힘 과방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태도에 달려있다”며 “추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진의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본회의는 열어야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에서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시 의장이 방송4법을 본회의에 올려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의장이 24일을 시한으로 제시한 것을 두고 “의장이 25일에 본회의를 할 명분을 만든 것 아닌가”라며 “(오는 25일에 방송4법을 본회의에) 올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대치가 극렬한 상황에서 우선 타협을 주문하고 추후 본회의에 상정해야 의장으로서도 부담을 덜 수 있어 냉각기를 제안한 것 아니겠느냐는 의미다.

조국혁신당은 의장 제안에 대해 수용 입장을 밝혔다. 김보협 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방송개혁을 위해 갈 길이 바쁘지만 일주일 정도의 숙려기간이라면 받아들이겠다”며 “하지만 의장님 제안에 대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응답이 없을 경우 국회가 해야할 일을 할 수 있도록 앞장서 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우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에 방송4법 대치를 중단하고 한 걸음씩 양보할 것을 주문했다. 우 의장은 야당에 방송4법 원점 재검토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소추 논의 중단을, 정부·여당에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과정을 비롯한 방통위 파행 운영 중단을 각각 촉구했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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