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두산, '효자' 밥캣 지배력 강화…오너일가 위해 밸류업 역행?

신성우 기자 2024. 7. 1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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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두산그룹의 아픈 손가락, 로봇 제조 회사인 두산로보틱스입니다.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고자 두산은 지난 2015년 두산로보틱스를 만들었는데요. 

아무리 로봇 사업이 미래를 보고 하는 것이라지만, 적자가 반복되며 사업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두산, 로보틱스를 중심으로 대형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두산밥캣을 로보틱스에 붙이기로 한 것인데요. 

계획을 내놓자마자 벌써부터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산업부 신성우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사업구조 개편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어떻게 바뀌는 것입니까? 

[기자] 

두산에너빌리티 산하에 있던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킵니다. 

개편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되는데요. 

먼저 두산에너빌리티를 존속 회사와 두산밥캣을 가지는 신설회사로 인적분할합니다. 

그런 뒤, 이 신설회사가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게 되고요. 

마지막으로 주식교환을 거쳐 두산밥캣이 로보틱스의 100% 자회사가 되고, 두산밥캣은 상장폐지됩니다. 

이번 개편에 대해 두산그룹은 "혼재돼 있는 사업들을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업끼리 모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개편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등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고, 지게차 등 소형기계를 만드는 밥캣과 로봇을 만드는 로보틱스를 합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입니다. 

[앵커] 

계속해서 두산이 얘기하고 있는 개편의 이유는 시너지인데, 다른 이유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밥캣과 로보틱스가 현재 사업 영역에서 크게 겹치는 것은 아니다 보니, 당장은 큰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겠죠. 

이에 시너지보다는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내는 그룹 내 알짜회사, 두산밥캣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개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현재 박정원 두산 회장과 친인척들이 합쳐 지주회사 지분을 약 37%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지주회사가 두산에너빌리티를 통해 행사하는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 지배력은 약 14%입니다. 

그런데, 개편 이후에는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가 되기에 지주회사의 밥캣 실질 지배력이 42%까지 올라갑니다. 

돈 들이지 않고, 알짜회사에 대한 실질 지배력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에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내는 밥캣을 붙이는 의미도 있습니다. 

향후 로봇 분야 투자를 위해서는 확실한 자금줄이 필요한데, 이런 측면에서 밥캣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앵커] 

이번 개편에 여러 이유들이 있는 것 같은데, 당장 걱정되는 것은 일반주주들이잖아요. 

주식교환이 어떻게 됩니까? 

[기자] 

먼저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 비율은 존속회사 0.76대 신설회사 0.24입니다. 

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라면 기존 에너빌리티 주식 76주와 신설회사 24주를 받는 것인데요. 

이후 밥캣을 보유한 이 신설회사가 로보틱스와 합병되면서 합병비율 약 1대 0.128에 따라 신설회사 주식 24주가 로보틱스 주식 3주로 교환되고 밥캣은 상장폐지됩니다. 

정리하면, 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에너빌리티 76주와 로보틱스 3주를 받습니다. 

밥캣과 로보틱스의 경우, 주식 교환비율이 1대 0.63입니다. 

두산밥캣 주식 100주가 로보틱스 63주로 교환되는 것입니다. 

이 교환 비율은 최근 주가 등을 감안해 정해졌습니다. 

[앵커] 

이 같은 주식 교환에 주주들은 벌써 반발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반발 이유에 대해서는 먼저 밥캣과 로보틱스의 성적표를 뜯어봐야 하는데, 밥캣의 경우 지난해 기준 매출 9조 7천600억 원, 영업이익 1조 3천9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밥캣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두산 전체 영업이익의 약 97%에 달할 정도로, 그룹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반면, 로보틱스는 지난해 192억 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2022년에는 약 130억 원의 적자를 내는 등 2015년 설립 후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는데요. 

이에 반해 최근 주가는 8만~9만 원선을 유지하고 있어, 고평가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1주당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비율을 각각 따져보면, 밥캣은 1을 밑도는 반면 로보틱스는 10을 넘습니다. 

저평가받는 두산밥캣 주식을 고평가 받는 로보틱스 주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주 불만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용진 /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 로보틱스는 미래 사업이라고는 하나, 특별하게 어떤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 상태인데 그런 상황에서 평가를 그렇게 높게 하는 것 자체가 밥캣의 주주들은 굉장한 손해를 보는 셈이 되는 것이죠.] 

지배주주의 밥캣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일반주주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는 분석입니다. 

이 같은 우려에 두산밥캣 주식은 11일 종가 기준 5만 2천 원에서 17일 종가 기준 4만 8천 원 선까지 떨어졌습니다. 

[앵커] 

알짜 회사를 잃게 되는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우려도 있죠? 

[기자] 

계속 언급드렸듯 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밥캣은 수익창출력과 견실한 재무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알짜회사입니다. 

이런 자회사가 로보틱스로 이동하는 것이 에너빌리티에겐 악재로 작용하겠죠. 

먼저 당장 배당수입이 끊기게 됩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밥캣으로부터 2022년 920억 원, 지난해 750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습니다. 

밥캣의 우수한 수익창출력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안정적인 배당수입을 예상할 수 있죠. 

이런 측면에서 배당수익기반이 소멸되는 점은 에너빌리티에 부정적입니다. 

또 두산에너빌리티의 재무대응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는데요. 

신용평가사, 나이스신용평가는 "분할신설회사로의 자산부채 이관으로 순자산이 감소하면서 부채비율의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차입금도 이관돼 유동성이 보강되는 측면도 있지만, 밥캣 분할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엔 미흡하다는 분석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이번 개편안은 결국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니, 관건은 주주설득이겠군요. 

[기자] 

특히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의 선택이 이번 개편의 핵심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소액주주 비중은 지난 1분기 사업보고서 기준 63.4%에 달하는데요. 

그만큼 개인의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분할, 합병안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9월 10일부터 24일까지 반대 의사를 표할 수 있습니다. 

또 반대 의사를 표한 주주들은 9월 2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요. 

두산에너빌리티가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로 설정해 놓은 것이 6천억 원입니다. 

청구권 가격이 2만 890원인 것을 감안하면, 소액주주 보유 주식의 약 7%가 청구권을 행사하면 분할, 합병이 무산되는 것입니다. 

앞으로 남은 일정들을 살펴보면, 오는 9월 25일 주주총회를 거치고요. 

10월 29일이 분할합병기일입니다. 

이어 11월 5일에 주식 교환이 이뤄지고요. 

11월 25일 신주상장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두산의 박정원 회장, 앞서 언급드렸듯 여러 가지 이유로 개편이라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다만 오너일가를 위해 소액주주에 피해를 입힌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데요. 

특히나 최근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밸류업'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개편안은,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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