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 곧' 끝나 구독 취소하려다 KBO에 잡혔네…OTT, '스포츠'로 가입자 락인
오리지널 콘텐츠 따라 이탈률 희비…볼 거 많은 티빙은 안정적
쿠팡플레이, 종목 다양화로 대응…티빙 중계권 뺏어 오기도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 메뚜기처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옮겨 다니던 A씨는 최근 티빙을 꾸준히 보고 있다. 올 초 티빙 오리지널 '이재, 곧 죽습니다' 콘텐츠를 몰아보기 한 후 구독을 끊고 다른 OTT로 바꾸려고 했는데 프로야구 중계를 볼 수 있게 되면서 구독을 유지한 것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던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점점 스포츠 중계권 확보로 눈을 돌리면서 신규 가입자 유치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시즌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할 경우엔 수개월 동안 가입자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OTT 사업자들이 적극적 구매자로 나서는 분위기다.
19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OTT 사업자의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따른 이용자 수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되자 OTT 사업자들이 드라마나 영화 등 기존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스포츠 실시간 중계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OTT 사업자가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위한 투자를 강화하는 배경으로 "신규 가입자 유치 및 이용자들의 실시간 참여, 높은 재방문율 등의 유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단가 상승 추세도 OTT의 스포츠 집중 경향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단가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영화나 드라마는 대본 개발부터 촬영, 후반 작업까지 콘텐츠 공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통해 다양한 연계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티빙·쿠팡, 스포츠 중계권 확보로 가입자 유치 훨훨
스포츠 말고도 볼거리 많은 티빙, 이탈 적어 vs 쿠팡, 종목 다양화로 방어
지난해 1월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를 중계하면서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563만명을 기록했고,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가 개최된 5월 다시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축구선수 김민재가 뛰고 있는 독일 프로 축구 분데스리가 리그 개막 시점인 8월에는 MAU 598만명 수준으로 늘었다.
이후 AFC 카타르 아시안컵,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가 열린 올해 1월에는 처음으로 MAU 6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다 티빙이 한국프로야구(KBO) 디지털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MAU가 691만명으로 늘었고 지난 5월에는 731만명을 기록했다.
티빙은 KBO 리그 개막부터 4월 말까지 한시적으로만 무료 생중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5월 1일부터 유료 전환했지만 가입자 몰이에는 영향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티빙이 KT가 운영하던 시즌과 합병한 것도 가입자 증가의 영향이 있었지만 KISDI는 신규 앱 설치 및 유입에 있어서는 국내에서 인기가 있는 종목인 축구와 야구 중계 효과가 주효한 것으로 평가했다.
쿠팡플레이의 경우 OTT 후발주자이지만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적극 투자하면서 가입자를 발빠르게 모았다.
쿠팡은 TV 채널에선 시청 불가능한 실시간 중계를 진행, 2022년 상반기 200만~300만 수준이던 MAU가 같은해 7월 482만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K리크 디지털 중계권을 확보(TV 중계는 가능하지만 OTT에서는 쿠팡에서만 시청 가능)한 쿠팡은 지난해부터 전 경기를 디지털 독점으로 중계했는데, 일부 경기는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중계해 송출하면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유명 중계진을 포섭하는가 하면 프리뷰 쇼와 하프타임 쇼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쿠팡은 K리그 경기를 디지털 독점 중계하기 시작한 지난해 2월 이후 꾸준히 400만 이상의 MAU를 유지했고 그 해 8월 쿠팡플레이 시리즈 3경기를 선보이면서 처음으로 600만 MAU를 돌파했다.
올해 3월에는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의 중계권을 독점 확보(TV 시청 불가)하면서 780만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MAU를 기록하기도 했다.
스포츠 중계권 확보는 가입자 유입에 주효한 역할을 했지만 경기 시즌이 끝나는 경우에는 오리지널 콘텐츠 유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스포츠 장르에만 집중하는 사업자일수록 해당 스포츠 종목 시즌 중에는 완만한 유지율을 보이지만, 시즌이 종료되는 시점에는 다량의 이탈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티빙의 이탈률은 평균적으로 20%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포츠 콘텐츠 외에도 모기업인 CJ ENM의 채널들을 포함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 다른 사업자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쿠팡은 오리지널 콘텐츠 수가 많지 않고 연계 TV 채널이 없다. 이에 티빙보다 높은 평균 30%대의 이탈률을 나타냈다.
대신 시즌 이후 가입자 이탈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계권을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다.
쿠팡은 축구 종목의 비시즌인 7~8월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통해 해외 유명 축구팀의 내한 경기를 독점으로 중계하는 방법으로 가입자 이탈 방지뿐 아니라 추가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경쟁사가 확보한 중계권을 적극적으로 뺏어오는 전략도 취하고 있다. 쿠팡은 티빙이 보유하던 독일 축구 리그 분데스리가 중계권을 2024-2025 시즌부터 뺏어왔고 해외 축구 리그 중 국내 시청층이 가장 많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계권(현재 스포티비가 확보)을 2025-2026 시즌부터 6년간 확보하면서 추가 유료 가입자 수 유입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2025~2028년 아시아 축구 연맹(AFC) 주관 모든 경기에 대한 디지털 중계권과 TV 재공급 권한을 확보하는 등 프로 축구 뿐 아니라 국가대표 중계권까지 보유하며 스포츠 중계 플랫폼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티빙은 KBL리그(한국프로농구) 중계권을 확보했다. 오는 10월 개막하는 새 시즌부터 앞으로 4년간 KBL 중계방송권과 영상사업권, 해외중계권 등을 확보했다. TV에서는 tvN스포츠 채널에서 볼 수 있지만 OTT에서는 티빙에서만 볼 수 있다.
OTT 스포츠 중계권 경쟁으로 비용 상승…소비자 전가 우려도
이에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지 않는 이용자를 위한 요금제를 신설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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