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폭로’ 한동훈 사과했지만···전대 후에도 이어질 친윤계와 갈등·야당발 사법리스크

조미덥·유설희·문광호 기자 2024. 7. 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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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왼쪽 아래부터), 윤상현, 원희룡, 나경원 당대표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열린 ‘CBS 김현정의 뉴스쇼 특집’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한동훈 후보가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청탁’을 폭로한 후폭풍이 거세다. 18일 경쟁자인 나경원·원희룡 후보는 물론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과 광역단체장들이 대거 들고 일어나 “당의 아픔을 후벼팠다”고 한 후보를 비판했다. 전당대회 막판 ‘반한동훈’ 결집을 노린 ‘제2의 연판장 사태’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한 후보가 “신중하지 못했다”고 사과했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자신을 방어하려던 한 후보의 말 한마디가 전당대회 후에도 당 분열과 야당발 사법리스크로 이어질 불씨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종일 한 후보가 전날 방송토론에서 나 후보를 향해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일 때)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고 말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어수선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가) 해야 될 말과 하지 말아야 될 말에 분별이 없는 것 같다”고 했고, 원 후보는 “피아 구분을 못하고 동지 의식이 전혀 없다”고 비난했다.

이날은 2019년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나 후보와 함께 기소된 친윤계 의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대거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대화방에 윤한홍 의원이 “대표가 되겠다고 한 분이 맞나”라고 한 뒤 20여명이 한 후보를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김정재 의원은 “저도 5년째 재판받는 피고인”이라며 “처절히 투쟁한 죄밖에 없다”고 적었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도 “나도 27번 피고인이다. 분노와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이번 당대표 선거 레이스에서 이렇게 많은 의원들이 의견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윤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패스트트랙 사건은 개인 비리가 아니다.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패스트트랙으로 날치기 할 때 그걸 막기 위해 우리가 함께 투쟁한 것”이라며 “공감해줘도 모자랄 판에 청탁이 들어온 것처럼 하다니”라고 분노했다.

권성동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건 청탁이 아니다”라며 “당의 아픔을 후벼파서야 되겠나”라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당시 나 후보의 원내대표 비서실장이었던 강승규 의원은 SNS에 “그때 투쟁의 결실로 윤석열 정부의 기틀이 마련됐다”며 “패스트트랙 기소, 정당했나”라고 한 후보에게 되물었다.

대통령실 출신인 한 의원은 통화에서 “동지들이 5년 동안 고초를 겪었는데 토론 한 번 이기겠다고 (그러다니), 말에는 금도가 있어야 한다”며 “본인이 당대표가 돼서 같은 상황이 생기면 어떡할 거냐”라고 한 후보를 질타했다.

광역단체장들도 가세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SNS에 “한 후보의 폭로에 경망스러움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보수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썼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재판을 받고 있는 30여명에게 큰 상처를 준 한 후보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공소는 당연히 취소돼야 한다”고 했다. 이철우 경북지사 한 후보의 폭로에 “기가 막힐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18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간담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패스트트랙 투쟁 폄훼 한동훈 후보 당대표 자격 없다’가 적힌 피켓을 든 이희원 서울시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태가 커지자 한 후보는 SNS에 “어제 ‘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 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 예시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며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나도 어제 말하고 ‘아차’ 했다. 괜히 했다고 생각했다”고 실수임을 강조했다. 한 후보의 측근은 통화에서 사과 배경에 대해 “잘못을 바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이면 실망한 사람도 우리 편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에선 한 후보가 반한동훈 세력에 결집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양수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많은 의원들이 재판받고 있는 사건인데 감정선을 건드렸다. 한 후보의 전략상 실점”이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당의 아픔인데 남 얘기하듯 해서, 한 후보 혼자 외부에서 온 티가 났다”고 했다.

친윤계와 단체장이 일제히 나선 것을 두고는 ‘제2의 연판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친윤 쪽에서 전화를 돌렸을 거다. 일종의 연판장”이라며 “막판에 어떻게 해보려는 건데 한 후보가 2~3%포인트 데미지를 먹는다 해도 결과가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가 끝나도 이번 사건의 여파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형식상 중립을 지키던 친윤계 현역 의원들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막판에 대거 반한동훈으로 결집하면서 한 후보가 대표가 된다 해도 친윤계를 끌어안기는 더욱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한 대 친윤’의 계파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폭로전의 결과로 따라올 사법리스크도 부담이다. 야당은 나 후보의 부정 청탁에 초점을 맞춰 사건을 쟁점화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후보 여론조성팀 의혹과 나 후보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청탁 폭로를 거론하며 “공당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분들이 없는 말을 지어내지 않았을 테니,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20일 (혁신당) 전당대회를 마치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범죄 행위에 대한 정리를 하고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며 고발이나 수사 의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한동훈 특검’의 수사 대상에도 부정 청탁 의혹을 포함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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