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암 예방 효과 큰 HPV백신, 남자 청소년에게도 접종해야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7. 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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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으로 두경부암은 95% 이상 막을 수 있는데도 정부가 예산 투입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38곳 중 남성 청소년의 HPV 백신 접종이 NIP(국가예방접종사업)에 들어 있지 않은 나라는 5개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한국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곳은 없다"며 "두경부암 환자가 해마다 늘고 있는 데다 백신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NIP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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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경부암 전문가 이세영 중앙대 의대 교수
HPV에 남성이 여성보다 취약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으로 두경부암은 95% 이상 막을 수 있는데도 정부가 예산 투입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두경부암 전문가인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HPV 백신 지원 대상을 남성 청소년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입 초기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이름을 알린 HPV 백신의 경우 현재 국내에선 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만이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1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연내 HPV 백신 접종 확대를 목표로 기획재정부와 예산 등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이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38곳 중 남성 청소년의 HPV 백신 접종이 NIP(국가예방접종사업)에 들어 있지 않은 나라는 5개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한국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곳은 없다"며 "두경부암 환자가 해마다 늘고 있는 데다 백신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NIP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HPV가 일으키는 질환으로는 자궁경부암, 음경암, 두경부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이 있다.

세간에 알려진 바와 달리 남성이 여성보다 HPV에 더 취약하다. HPV에 감염됐을 때 여성의 항체 생성률은 70~80%에 달하는 데 반해 남성은 그 수치가 20%에 불과하다.

전 세계에서 허가받은 HPV 백신은 2가, 4가, 9가 등 총 3가지다. 숫자가 커질수록 예방 가능한 바이러스 유형이 늘어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으로 9가 HPV 백신으로의 확대, 남성 접종 도입을 내걸었으나 아직까지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근 대한두경부외과학회 등 총 6개 학회에선 입장문을 내고 '남녀 9가 HPV 백신 접종'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한두경부외과학회 의무이사로도 재직 중이다. 그는 "만약 정부가 남성 접종을 확대한다 해도 그 백신이 4가에 불과하다면 한국은 질병 예방 측면에서 여전히 뒤처진 상태"라며 "성별에 상관없이 9~26세 국민이라면 누구나 9가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에 따르면 백신 접종의 최적 연령은 11~12세다. 접종 횟수는 9~14세의 경우 6개월 간격으로 2회, 15~26세의 경우 1·6개월 간격으로 3회가 권고된다.

HPV에 대해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남녀 모두 접종률이 50%가 돼야 한다. 현재 국내 HPV 백신 접종률은 여성이 30%, 남성이 5% 미만이다. 이 교수는 "NIP 확대를 늦추면 늦출수록 그 기간만큼 암에 걸리지 않을 수 있었던 사람들이 암에 걸리게 된다"며 "HPV 관련 암은 감염에서 발병까지 최대 20년 정도 걸리는데 두경부암은 전암 병변이 없어 조기 발견이 불가하다는 점도 정부가 NIP 관련 의사결정 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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