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서민의 체취 묻은 이응노 그림 '취야' 본다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7. 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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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에 그린 '취야'는 자화상 같은 그림이었지요. 그 무렵 자포자기한 생활을 하는 동안 보았던 밤시장의 풍경과 생존경쟁을 해야만 하는 서민 생활의 체취가 정말로 따뜻하게 느껴졌답니다."

해방 무렵 서울로 돌아온 이응노는 일제강점 이후 도시의 생활상을 화폭에 옮겼다.

1950년대 한국전쟁을 겪은 이후부터 고암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주로 그리며 자신이 목격한 현실을 생생하게 그림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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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아트, 탄생 120주년전
50~60년대 미공개작 공개
이응노 '취야-외상은 안뎀이댜'(1955). 가나아트

"1955년에 그린 '취야'는 자화상 같은 그림이었지요. 그 무렵 자포자기한 생활을 하는 동안 보았던 밤시장의 풍경과 생존경쟁을 해야만 하는 서민 생활의 체취가 정말로 따뜻하게 느껴졌답니다."

해방 무렵 서울로 돌아온 이응노는 일제강점 이후 도시의 생활상을 화폭에 옮겼다. 이전의 사생은 향토적인 풍경이 주를 이뤘지만 해방 공간에서 사생은 그 중심에 사람이 있었다. 시장의 상인, 지게를 진 노인, 화로 앞의 여인 등 평범한 사람들이 이응노의 화폭에 등장했다. 1950년대 한국전쟁을 겪은 이후부터 고암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주로 그리며 자신이 목격한 현실을 생생하게 그림으로 옮겼다. 그렇게 그려진 '취야'는 1950년대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가나아트와 가나문화재단은 올해로 120주년을 맞은 고암 이응노(顧菴 李應魯·1904~1989)의 탄생을 기념해 'I. 고암, 시대를 보다: 사생(寫生)에서 추상(抽象)까지'를 7월 28일까지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기념전은 총 2부로 기획됐다.

1부 전시에는 고암의 1950~60년대 미공개 작품이 대거 출품된다. 특히 1950년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취야' 연작이 두 점 공개돼 주목된다. 밀짚모자를 쓴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의 중앙에는 웃는 눈의 돼지머리가 걸렸고, 그 왼쪽 끝에 '외상은 안뎀이댜'라고 고암이 직접 쓴 글씨가 남아 있다.

미공개 작품 중에는 고암이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대전, 안양 교도소에 수감됐을 때 옥중에서 그린 풍경 2점도 포함돼 있다. 주묵(朱墨)으로 그린 1988년의 대나무 그림 1점도 대중에 첫 공개된다.

1960년 파리에 정착한 이응노는 추상 작업에 돌입했다. '컴포지션(Composition)'이라 명명된 그의 콜라주는 여러 종이를 구기거나 뭉쳐 캔버스에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질감을 강조하는 화면을 구성하는 것에서 점차 한지를 얇게 찢어 붙여 동물이나 사람을 연상시키는 상형적 기호를 만들어 나열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러한 도상은 콜라주 작업뿐 아니라 수묵 추상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는 이응노가 '서예적 추상'이라 일컬은 문자 추상의 출발점이다. 가장 완숙한 형태를 보여주는 1970년대 문자 추상에서 이응노는 한글과 한자가 가진 기하학적인 패턴에 주목하고 이를 다양하게 변형 및 조합하면서 무수한 변주를 만들었다.

이어서 8월 2일에 개최되는 2부 전시는 고암이 평생의 예술 세계를 종합해 종착한 '군상' 연작에 집중할 예정이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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