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기숙사’ 이주노동자들, 빗물 차오르자 그대로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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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가 내린 경기도 파주에서 컨테이너에 고립됐다 구조된 외국인들은 이 컨테이너를 기숙사로 사용하며 살고 있던 이주노동자들이었다.
파주이노동자센터 샬롬의집 김현호 신부는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자녀들이 일하는 곳의 숙소를 마련한다면 이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컨테이너와 같은 가설건축물에 이주노동자들이 장기 거주하는 일을 막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주거환경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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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성인 남성 허리 높이까지 물
집중호우가 내린 경기도 파주에서 컨테이너에 고립됐다 구조된 외국인들은 이 컨테이너를 기숙사로 사용하며 살고 있던 이주노동자들이었다.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재난 때마다 위험에 노출됐던 이주노동자들의 주거권 문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특수구조대는 18일 오전 9시57분쯤 ‘컨테이너 위에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파주시 월롱면 위전리 일대에서 구조 작업에 나섰다. 구조대는 먼저 컨테이너 위에 있던 5명을 구조했고, 이후 컨테이너 안에 고립돼 있던 다른 1명을 추가로 구조해 안전지대로 옮겼다. 2시간 남짓 구조활동이 펼쳐진 컨테이너 주변은 물이 성인 남성의 허리 높이까지 차올라 구조대원의 도보 진입이 불가능했고, 결국 보트를 동원해야 했다.
한겨레가 이날 취재해보니, 외국인들이 고립되어 있던 컨테이너는 이들이 살던 기숙사였다. 컨테이너 대여업체에서 일하는 이들은 각종 자재를 쌓아 만든 2층 구조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다가 새벽부터 쏟아진 비로 인해 고립됐다.
이 업체 인근에서 일하는 ㄱ씨는 “컨테이너에 살면서 일하는 사람들인데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니 아예 내려오지도 못하다가 물이 차오르니까 그대로 갇힌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들이 고립됐던 컨테이너에선 여러 옷가지와 생활용품 등이 발견됐다. 컨테이너 기숙사가 있던 곳은 평소에도 비가 오면 물이 쉽게 차는 저지대였다.
2020년 12월 캄보디아 출신 속헹(당시 31세)이 난방 시설이 없는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권은 계속 문제로 지적됐다. 2020년 8월에는 집중호우로 경기도 이천시 율면의 산양저수지 둑이 붕괴했는데, 대피소로 옮겨간 300명 넘는 이재민 가운데 100명 이상이 이주노동자였다. 이들이 살던 곳이 저지대에 위치한 컨테이너와 비닐하우스였던 탓이다.
파주이노동자센터 샬롬의집 김현호 신부는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자녀들이 일하는 곳의 숙소를 마련한다면 이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컨테이너와 같은 가설건축물에 이주노동자들이 장기 거주하는 일을 막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주거환경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월 샬롬의집과 파주노동희망센터와 발표한 파주시 이주노동자 142명을 대상으로 벌인 주거지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자 27명이 컨테이너에서 살고 16명은 조립식 패널에서 사는 등 약 30%가 가건물에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2021년 1월6일부터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사업주에게는 이주노동자 고용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주가 지방자치단체에 가설건축물을 ‘외국인 임시숙소 또는 외국인 노동자 숙소’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신고를 한 뒤 신고필증을 받으면 예외가 적용되는 데다 실제로는 임시가 아닌 상시 숙소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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