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비율 SK E&S에 유리하다지만, KKR도 불만 있을 수 있는 배경... 7년전과 똑같은 몸값
그러나 SK E&S 몸값도 6조2000억원에 그쳐... 2017년 유증 당시 기업가치는 6.7조
SK그룹 에너지 전문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간 합병비율을 두고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커지고 있다.
일단 대부분 자본시장 전문가는 SK E&S에 유리한 구조라고 말한다. SK이노베이션이 순자산가치는 주당 24만5405원이지만, 기준시가(11만2396원)로 합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순자산을 내세우면 SK이노 주주들이 더 많은 주식을 가져갈 수 있기에 일부 투자자는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SK E&S 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이번 합병비율에 만족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이 또한 확답이 어렵다. 이와 관련해 들여다볼 부분이 과거 2017년 SK E&S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할 당시 책정한 기업가치다. 7년 전 SK는 SK E&S 기업가치를 6조7000억원으로 책정해 증권사로부터 수천억원을 빌려 쓰고 있다. 그간 SK E&S는 벌어들이는 돈도, 보유한 자산도 배로 늘어났지만 이번 합병에서 7년 전과 비슷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합병 비율을 1대 1.1917417로 정하는 안건을 전날 의결했다. 내달 27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되면, 오는 11월 1일 합병법인이 출범한다.
이번 합병에서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는 10조8000억원, SK E&S는 6조2000억원으로 평가됐다. 합병비율을 두고 잡음이 나오자 SK 측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두 회사가 가진 현재 수익력, 미래 성장동력 등을 감안하면 상당히 적정 수준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치만 놓고 보면 SK E&S는 역성장한 것으로 봐야 한다. 앞서 2017년 SK E&S는 기업가치 6조7000억원으로 신주 464만주를 발행해 6778억원이 유입되는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때 지분 100%를 보유해 신주를 받아야 하는 SK는 직접 돈을 넣지 않고, 미래에셋증권과 TRS 계약을 맺어 대신 돈을 넣도록 했다.
TRS는 기업이 증권사에 수수료를 내고 돈을 빌려 주식을 인수하는, 사실상 대출과 같다. 대신 의결권, 배당, 주가 변동에 따른 손익 등은 모두 SK에 귀속되고, 증권사는 수수료만 챙긴다. TRS 계약에 따라 SK E&S 주식 464만주는 미래에셋증권이 세운 특수목적회사(SPC)인 엠디프라임제1차, 2차가 갖고 있다. 지분율 기준으로 10%다.
당시 시장에서는 SK E&S의 이익 규모, 재무 상태와 비교했을 때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후문이 나왔다. 2017년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 SK E&S는 IPO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장부가(2조6000억원)를 감안하면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붙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강하게 반기를 들 주체는 없었다. 지분 100%를 SK가 보유하고 있어 SK E&S 기업가치가 오를수록 주주도, 돈을 빌려준 증권사도 모두 이득일 뿐이기 때문이다. 소액주주가 없으니 양자만 합의하면 되는 몸값인 셈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가치라는 게 딱 정해진 게 아니다”라며 “미래 성장성을 기반으로 향후 기업가치가 이 정도 될 것이라고 기대해 산출한 거여서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SK E&S는 7년 전에 비해 벌어들이는 돈, 자산이 배로 불어났지만 합병안에서는 6조2000억원으로 인정받았다. 2017년 연결기준 매출액, 영업이익은 각각 5조5352억원, 3557억원이다. 이와 비교해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은 각각 11조1671억원, 1조3317억원이다. 그간 매출액은 2배, 영업이익은 4배 가까이 뛰었다.
SK는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을 고려해 SK E&S 기업가치를 높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돌려 말하면 KKR이 반발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SK이노베이션 주주를 고려했다는 발언과 7년 전 몸값을 토대로 손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KKR은 2021년부터 SK E&S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3조1350억원을 투자했다. KKR은 우선주 1주를 보통주 2주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투자했는데, 당시 기업가치가 13조5800억원이다. SK그룹 관계자들이 “KKR을 잘 설득하겠다”고 말하는 배경이다.
한편 이번 합병안이 통과되면 SK E&S에 걸린 TRS 계약 구조도 바뀔 예정이다. SK가 콜옵션 행사해 계약을 종료할 수 있지만, 당장 6778억원이 넘는 현금이 필요해 이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작다. 대신 SK이노베이션 신주로 받아 TRS 계약을 갱신할 가능성이 크다.
SK가 TRS 계약으로 사실상 보유하고 있는 SK E&S 주식은 13만3947원으로 평가받고, 합병 비율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주식 386만6666주로 바뀌게 된다. SK이노베이션 합병가액(11만2396원) 기준4346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당장 SK는 TRS 계약으로 2432억원이 평가손실을 기록하겠지만, 향후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오르면 해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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