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과 우호적 관계” ··· SK E&S 도시가스 사업 안판다
상환권 행사 시 도시가스 떼줘야 할 수도
SK 측 “KKR과 우호적 분위기 유지 중”
KKR, 2026년 상환권 염두하고 투자
IB 업계 “양측 간 갈등 없을 것”
18일 재계에 따르면, SK E&S가 합병으로 인한 법인 소멸 후 기존과 동일한 조건으로 RCPS를 재발행할 방침이다. 앞서 SK E&S는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이하 KKR)로부터 총 3조1350억원을 조달했다. SK E&S가 RCPS를 재발행할 경우, KKR이 이에 다시 투자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RCPS란 채권처럼 만기 때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포함한 개념이다.
이번 SK E&S·SK이노베이션 합병으로 인해, SK E&S RCPS 투자자였던 KKR이 상환권을 바로 발동할 것이란 오해가 생긴 바 있다. 앞서 SK E&S는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합병 완료 이전까지 RCPS를 소멸시키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당장 SK E&S가 3조원이란 현금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일각에선 SK E&S가 알짜인 도시가스 사업부를 KKR에게 내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SK E&S 도시가스사업은 지난해 5조189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7073억원에 달한다. 도시가스사업은 E&S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합병비율이 SK E&S 투자자인 KKR에게 불리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KKR이 SK E&S RCPS에 투자할 당시 SK E&S 기업가치가 13조6000억원이었는데, 이번 합병안에 따르면 SK E&S 기업가치가 6조2000억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투자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반토막이 난 셈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KKR이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고 상환 청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합병 기일 전 상환권 행사할 경우 연내 SK E&S는 약 3조9000억원 내외의 상환의무가 발생해 일시적 대규모 자금 유출을 피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KKR은 상환권을 행사하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개최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기자간담회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은 이제 (상환전환우선주) 기존 발행 취지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현재 투자된 KKR과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계속 유지하는 쪽으로 협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IB 업계에 따르면, KKR은 투자 처음부터 전환권보다는 상환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SK E&S에 투자했다.
즉, 2021년과 2023년 KKR이 투자했을 때보다 이번 합병 때 SK E&S의 기업가치가 반토막 났다고 해도, KKR은 애당초 전환권을 행사해 보통주를 받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기업가치는 그다지 신경 쓸 요소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IB 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대출 성격으로 상환권만 염두에 두고 들어간 투자”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KKR은 지난 2021년 11월 2조4000억원을 투자할 당시, 우선 배당률 3.99%(특정 조건 발생 시 우선 배당률 상향 가능) 내부수익률 7.5% 등을 제시했다.
5년 후 상환 시점에서 KKR은 원금 2조4000억원과 배당 4800억원(우선 배당률 3.99%), IRR(연간 내부수익률) 7.5% 보장에 따른 추가 비용 4893억원 등 모두 3조3693억원을 받게 된다.
나머지 7350억원에 대해서도 위와 비슷한 조건이 명시돼 있다.
SK E&S와 SK이노베이션 합병법인이 3조~4조원의 금액을 2년 후까지 마련하게 되면, KKR에게 도시가스 사업을 넘기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KKR이 도시가스 사업을 담보로 쥐고 있기 때문에 무리해서 당장 상환권 행사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SK E&S 입장에선 도시가스 사업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영업이익을 내면서 KKR에게 갚아나가려고 할 것이고, KKR 입장에서도 상환권을 염두에 둔 투자이기 때문에 최대한 SK그룹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 나갈 것이다. 양측 간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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