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동맹 무임승차 안 돼…바이든 미국 약하고 가난하게 만들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J D 밴스 상원의원은 17일(현지시간) “동맹들이 세계 평화 보장을 위한 부담을 나눠지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며 동맹에 대한 방위 분담 확대를 주장했다. 밴스 의원은 또 “중국 공산당이 미국 시민을 등에 업고 자국의 중산층을 만들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중국을 상대로 보호무역주의 강화도 예고했다.
밴스 의원은 이날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 포럼에서 사흘째 진행 중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서 “미국 납세자의 관대함을 배신하는 나라의 무임승차는 더 이상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부통령 후보로 결정된 지 이틀 만에 공식 석상에 나선 밴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전은 간단하지만 강력하다. 월스트리트가 아닌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을 위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한 없는 글로벌 무역을 위해 우리 공급망을 희생하는 일은 끝났다. 이제는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라는 아름다운 라벨을 붙인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밴스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책에 노동자층 몰락의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그는 “바이든과 워싱턴의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인들 때문에 우리 나라에 값싼 중국산 제품, 값싸고 열악한 노동력이 넘쳐났고, 수십년 뒤에는 (중국에서 온) 펜타닐로 인해 내 지역사회가 대가를 치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을 더 약하고 가난하게 만들었다”며 “내가 4학년일 때 (상원의원이던) 바이든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지지해서 좋은 일자리를 멕시코에 보내버렸다. 12학년일 때는 이라크 침공을 지지했다. 그때마다 일자리는 해외로 갔고 우리의 자녀들은 전쟁터로 갔다”고 말했다. 올해 39세인 자신의 학창 시절과 당시 이미 정치인이던 바이든 대통령이 내린 결정을 대비시킴으로써 후보 교체 위기에까지 내몰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를 공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설에서 밴스 의원은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반드시 필요한 경합주 노동자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로 발탁됐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를 포함해 미국 모든 구역의 잊힌 지역사회에 있는 여러분에게 약속한다. 나는 내가 어디 출신인지를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 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오하이오주의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외할머니 손에 자라나 예일대 로스쿨 출신 벤처사업가, 상원의원, 부통령 후보가 되기까지의 자신의 삶이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힐빌리(하층 노동계급)’의 정체성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의 발언이다. 밴스 의원이 귀빈석에 앉은 어머니를 소개하며 마약 중독에서 헤어나온 지 10년이 됐다고 소개하자 좌중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특히 미시간·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로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 패배한 3개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밴스 의원을 3개주 선거 운동에 집중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밴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강한 충성심을 드러냈다. 지난 13일 피격 사건을 언급하면서 “(민주당은) 그를 독재자로 불렀지만 트럼프는 국가의 통합과 치유를 이야기했다”며 “그의 생명을 앗아갈 뻔한 암살 시도 직후 그는 밀워키로 돌아와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주먹을 들어 보였다.
밴스 의원을 소개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그의 아내인 인도계 우샤 밴스는 “그의 삶만큼 더 강력한 아메리칸 드림은 없다”고 말했다. 밴스 의원과 예일대 로스쿨에서 만난 우샤는 “그때 알던 JD와 지금의 JD는 똑같다. 수염만 빼고”라고 해서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밀워키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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