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먹는 비만약, 하루 한 알씩 한 달에 체중 6.1% 줄여
부작용 경미, 식사 상관 없이 복용
“표본 적고 데이터 불분명” 지적도
스위스 국적의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먹는 비만약이 한 달만에 체중을 평균 6.1% 줄였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로슈는 17일(현지 시각)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인 CT-996의 임상 1상 시험 예비 결과 하루 한 알씩 4주 복용해서 이런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CT-996는 로슈가 지난해 27억달러(약 2조 7284억원)에 인수한 미국 카못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약물이다.
로슈의 임상 1상 시험은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이번 결과는 과체중·비만인 40명과 비만이지만 제2형 당뇨병이 없는 25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나왔다. 오는 4분기부터는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을 모두 앓고 있는 3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체중이 위약 투여군에 비해 6.1% 더 감소한 결과는 경쟁 GLP-1 유사체 계열 약물들의 효과에 비해 큰 수치이다. 더구나 공복(空腹) 상태나 고(高)지방 식사 후에 CT-996을 복용해도 약물의 혈중 농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식사 시간과 관계없이 약물을 복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로슈는 CT-996이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뿐만 아니라, 체중 감량 후 체중 유지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부작용으로는 위·장 문제가 보고됐으나, 대부분 경미하거나 중간 수준에 그쳤으며 이로 인한 임상 시험 중단 사례도 없었다고 회사는 밝혔다. 이 같은 부작용은 CT-996만의 문제는 아니다. GLP-1 유사체 계열 약물의 선두 주자인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티르제파타이드)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결과에 대해 임상시험 참가자 수가 적고 데이터가 불분명한 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투자은행 윌리엄 블레어의 앤디 쉬 애널리스트는 “로슈의 CT-996 임상 결과가 경구용과 주사용 제형을 통틀어 가장 효과가 컸다”면서도 “연구 초기의 데이터이며 환자 표본이 적어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체중 감소 정체 시기와 부작용 정도, 경구형 제형의 경우 간에 미치는 독성 유무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슈는 전체 연구 결과를 의학 학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GLP-1 유사체 계열 약물은 GLP-1 호르몬을 흉내 내 혈당을 낮추는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이 과정에서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유발해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비만 치료제로도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비만 관련 질환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로슈도 지난해 GLP-1 계열 약물을 개발하던 카못테라퓨틱스를 전격 인수하면서 경쟁에 뛰어들었다. 먼저 출시된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주사로 투여하는 방식이다. 로슈가 지난 5월 임상 1b상 시험 예비 결과를 발표한 CT-388도 이들과 같은 주사형 방식으로, 젭바운드와 같은 원리를 가졌지만 약효는 더 오래 지속되도록 만들었다. CT-388은 24주 후 체중을 18.8%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슈가 이번에 임상 결과를 공개한 CT-996는 먹는 방식의 경구용 제형이다. 로슈의 CT-996 뿐 아니라, 일라이 릴리, 화이자와 같은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스트럭쳐 테라퓨틱스, 턴스 파마소티컬스, 바이킬 테라퓨틱스 등도 경구용 GLP-1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삼천당제약이 경구용 GLP-1 약물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경구용 제형은 주사형보다 복용이 간편하고, 소화기관에서의 흡수율도 높다. 하지만 당뇨병 치료제로 오랜 시간 안전성을 입증한 주사형과 달리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
참고 자료
Roche, https://www.roche.com/media/releases/med-cor-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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