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문가 안 키우는 韓...이러다간 국제적 뒷북 반복"
김종선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
"글로벌 협력도 기술 혁신도 사람을 키우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인데, 우리나라가 과연 사람을 키우는 문화인지 돌아봐야 해요. 과학기술 분야만 해도 중복 배제니, 형평성 확보니 하는 논리를 들어서 연구자들이 한 분야에서 평생 쌓아가는 연구를 하기 힘들죠. 외교 분야도 한 국가만 오랫동안 파고드는 전문가가 없어요. 이런 식으로 해서 글로벌 기술패권 전쟁과 기정학 시대에 설 자리가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종선(54·사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공무원은 물론이고 전문가 조직조차 한 자리에 진득하게 있지 못하고 옮겨 다니기 바쁜데, 그렇게 해서 글로벌 협력에 뭐가 쌓이겠는가"라며 "중국과 일본만 해도 특정 국가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수십년간 그 나라만 들여다보게 한다. 제대로 된 글로벌 전문가를 키우지 않은 채 '글로벌 협력'을 외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대표적인 중국·북한 및 과학기술 협력 전문가다. KAIST에서 화학공학 학·석·박사학위를 받고 일본 동경공업대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국내에 돌아와 일진그룹에서 잠시 몸담았던 그는 STEPI로 적을 옮겼다. 국제협력, 사회문제 해결, 중국과 북한 이슈를 주로 연구해온 그는 2017년, 약 1년간 중국과학원 과기전략자문연구원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이후 2018년 2월부터 3년 6개월 가량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장으로 활동하며 한중 과학기술 협력을 이끌었다. '남북한 과학기술 혁신체제 연계방안', '북한 환경기술 연구현황과 남북과학기술 협력 방안' 등의 책도 펴냈다. 현재 STEPI 과학기술외교안보연구단에 소속돼 중국과 북한, 과학기술 협력, 사회혁신 관련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최근 글로벌 과학기술 협력에 공을 들이는데, 특히 상대가 있는 일은 급히 서두른다고 되지 않는다"면서 "평소 긴 호흡으로 국가별·기술별 전문 인재를 키워놓지 않으면 잠깐 들떠서 하다가 어느 순간 관심이 식으면 원래대로 되돌아가는 일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인공지능(AI), 우주, 양자 등의 영역에서 글로벌 협력에 힘쓰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2027년까지 7년간 약 140조원을 지원하는 세계 최대 다자 간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에 우리나라가 준회원국 자격을 얻으면서 유럽과의 협력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러나 진지하게 국제협력에 임하려고 하는 시기에 우리가 정통한 글로벌 전문가를 키워놓지 않은 점이 드러나고 있다. 구체적인 협력 포인트를 찾으려면 현지를 잘 아는 전문가가 필수인데 내공 있는 사람을 찾기 힘든 것. 이에 비해 중국과 일본만 해도 특정 국가를 평생 쫓아가며 연구하는 전문가들을 키워서 글로벌 협력 방향을 수립하고 실행하는데 활용한다. 주한중국대사관에서 한국을 담당하는 과학관은 한국 대학을 나온 후 최소 10년 이상 한국에서 활동한다. 일본 역시 과학기술 국제협력을 담당하는 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JST)가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 국에 거점을 두고 국가별 대표는 수십년간 일하게 한다. 또, 재외 대사관에서 수십년간 일하며 특정 국가의 전문가가 된 이들이 JST의 고문 역할을 하면서 현지에서 세미나 등을 열어 최신 정보를 파악하고 협력 전략을 발굴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글로벌 전문가들도 3년마다 갈아치운다. 해외에 파견됐던 공무원들도 국내로 복귀해서는 그 나라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 외에는 뚜렷한 기술적 강점이 없고 국가별 전문가조차 없는 한국은 글로벌 협력 현장에서 전혀 매력 없는 상대"라면서 "국제협력은 상대와 손발이 맞아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는 바깥을 아무리 쳐다봐도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잠깐 보는 사람과 평생 지켜보는 사람이 그리는 글로벌 협력 전략의 힘은 천지차이일 수밖에 없다. 수십년간 한 국가를 연구한 이들은 네트워크 자체가 엄청나다"면서 "여기에서 외교력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사람을 찾아 난리이고,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하면 우리끼리 모여서 답을 내려고 한다"는 김 선임연구위원은 "정보력에서 뒤지면 중앙이 아무리 좋은 외교력을 갖고 있어도 전략을 세울 수 없다. 이런 식이면 미국과 유럽, 미국과 일본 등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을 쳐다볼 뿐 그 흐름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기회를 계속 놓치고 국제적 뒷북만 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외교 내공이 부족해 헛발질한 사례가 많습니다. 이제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글로벌 정국이 복잡하고 급변하는 시기엔 외교에 대한 더 장기적이고 진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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