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이 이것까지?"…LG전자 스마트팩토리 '중심' 가보니
고객 체험 공간 마련…생성형 AI, 로봇 등 시연
AI(인공지능) 카메라가 안전모와 안전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작업자를 발견하자 즉시 비상벨이 울렸다. AI는 영상뿐 아니라 음성도 인식해 마이크에 대고 "긴급 정지"를 외치자 비상 알림이 뜨며 공장이 바로 멈춰섰다. 화면을 몇 번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공장 물류 방식도 변환할 수 있었다. 실제 공장을 가상으로 옮겨놓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했다. 반대편에서는 가로 129㎝, 세로 65㎝ 크기의 로봇이 사람 한 명이 지나갈 만한 좁은 공간을 쉽게 지나간다. 공간의 폭은 95㎝. 로봇 양쪽에는 15㎝ 정도의 공간만 남아있다. 양쪽 벽에서 반사된 빛에도 로봇은 흔들리지 않고 통로를 무리 없이 통과했다.
이는 실제 공장이 아닌 LG전자 생산기술원의 스마트팩토리확산센터(SFAC, Smart Factory Acceleration Center)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SFAC에는 실제 현장에 적용된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SFAC은 고객에게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한다. SFAC은 지난 2017년 11월 문을 연 이후 현재 누적 방문객만 6000여 명에 달한다. 지난해는 거래선과 협력사, 학계 등에서 7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방문했다.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부터 자동차 부품사, 건설 및 중장비 대기업 등 다양하다.
SFAC에는 △생산시스템 설계·운영 △설비·공정 관리 △검사·품질 △가상제품 개발 △환경·에너지 △로봇 자동화 등 솔루션별 전시존이 마련돼 있다. 전체 솔루션이 아닌 특정 솔루션만을 원하는 기업도 해당 솔루션만 구분해 살펴보고 적용을 위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실제 SFAC을 방문해 컨설팅을 받은 한 제약사는 AI를 활용한 검사 솔루션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LG전자 생산기술원은 자동차 부품과 이차전지 등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다.
생성형 AI 접목해 쉽고 안전하게
전시관은 크게 AI(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을 연계한 솔루션을 선보이는 A전시존과 다양한 로봇 솔루션으로 꾸며진 B전시존으로 나뉜다.
먼저 A전시존에서는 LLM(대규모 언어모델) 기반 생성형 AI를 적용해 설비의 원활한 가동과 수율 관리를 돕는 솔루션이 눈길을 끌었다. 공장 곳곳에 설치된 센서가 설비 노후나 윤활유 부족 등으로 발생하는 진동, 소음 등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원인과 조치 방법을 판단한다.
LG전자는 무인화 생산 확대 추세에 맞춰 비전(Vision) AI 기반 실시간 감지 시스템도 개발했다. AI가 정상 가동 중인 공장 모습을 학습해 이상 상황이나 온도, 불량 등을 감지하는 솔루션이다. 생산설비나 제품 이상은 물론이고 생산현장에 안전모나 작업조끼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작업자도 구별할 수 있어 공장 안전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음성으로도 조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오후 2시 A설비 이상 떨림"이라고 말하면 이상 신호가 서버에 기록되는 방식이다. 또 "최근 발생한 이상 떨림과 조치법 알려줘"라고 말하면 불량 유형과 이전 조치이력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순으로 알려준다.
A전시존에는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가상 공장을 모사한 'PRISM' 솔루션도 전시돼 있다. 실시간으로 스마트 팩토리 운영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30초마다 공장의 물류 데이터, 관제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 조치가 가능하다. 디지털 트윈으로 현장 배치 전 작업자에게 가상 교육도 할 수 있다.
생산 자동화 앞당기는 로보틱스 솔루션
B전시존은 로보틱스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로봇 솔루션이 전시돼 있었다. 다관절 로봇 팔이 비정형 모양 부품 속에서 알맞은 부품을 찾아내 지정된 장소에 놓는다. 무작위로 겹쳐 쌓인 부품 안에서도 모양을 스스로 인지해 종류별로 구별하고,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불량 부품도 찾아냈다.
크기가 작은 부품이나 빛이 반사되는 부품의 경우 로봇이 부품을 인식하기 어렵지만, LG전자는 AI 기술을 적용해 이를 해결했다. 일반 로봇의 경우 오차율이 5% 수준인 반면, LG전자는 AI를 통해 이를 1%로 낮췄다.
자율주행으로 물류, 배송 등의 작업을 수행하는 AMR(자율주행 이동로봇)도 인상적이었다. AMR은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다(LiDar) 등 다양한 센서가 탑재돼 주변 환경을 인식하며 자율주행으로 이동, 작업을 수행한다. 이전까지는 로봇이 주행하는 길에 QR코드를 붙이는 방식 등을 활용했다. AMR은 이보다 한 단계 더 개선된 기술이다.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하는만큼 정해진 경로 외에도 작업자나 장애물을 피해 효과적으로 움직인다.
SFAC에서는 AMR이 각기 다른 공장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이동하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주행 테스트를 실시한다. 이 테스트에서는 빛이 반사되거나 장애물이 많은 공간에서도 AMR이 여러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로 정확하게 작동하는지 여부를 검증한다.
AMR은 고객 수요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변형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AMR에 다관절 로봇팔을 결합한 '자율주행 수직다관절로봇(MM)'이 대표적이다. MM은 부품·자재 운반과 동시에 로봇 팔을 활용한 조립, 불량검사 등이 가능해 다양한 작업을 끊김 없이 자동화할 수 있다. 배터리가 부족한 주변 AMR을 찾아가 배터리를 교체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2030년 조 단위 사업 키운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은 올해 초 사업담당을 신설하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팩토리 사업담당 조직은 수주 확보에 집중하는 영업 조직과 생산 시스템을 분석하는 컨설팅 조직, 컨설팅 이후 솔루션을 제공하고 관리하는 프로젝트 관리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인원은 약 70명에 불과하다.
적은 인원으로 올해 사업을 시작했음에도, 현재까지 LG그룹 외부 고객 기준 수주 2000억원을 달성했다. 수주 규모는 올 연말 3000억원, 매출은 2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LG전자는 이처럼 적은 인원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비결로 '종합 솔루션'을 꼽는다. LG전자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은 공장 기획부터 설계, 구축, 운영에 이르기까지 고객 제조 여정 전체에 걸쳐 있다. 특정 영역 단위의 솔루션이 아닌 종합 솔루션 차원에서 접근한다. 자동화·정보화·지능화 관점에서 단계별 로드맵을 수립하기 때문에 고객사는 각 회사의 여건과 업(業)의 특성을 고려, 투자 대비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정대화 LG전자 생산기술원장(사장)은 "지금 70명 인원으로 몇천억의 수주를 할 수 있는 것이 여러 솔루션을 결합, 개량해 더 나은 제안을 하기 때문"이라며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이)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보는 이유기도 하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시장은 올해 1556억 달러(약 214조원) 규모에서 오는 2030년 2685억 달러(약 370조원) 규모까지 성장이 전망된다. 연평균성장률 10% 수준이다.
특히 LG전자는 이 사업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인 B2B(기업간 거래) 사업 비중 확대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도 기대하고 있다. 올해 매출 2000억원 중 10%인 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송시용 LG전자 생산기술원 스마트팩토리사업담당 상무는 "LG전자가 3대 미래 성장동력 중 B2B 사업의 큰 축이 되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면서 "사업 기틀이 B2B기 때문에 두 자릿 수 이익률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나아가 오는 2030년까지 LG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의 매출을 조 단위 이상으로 키우는 게 장기 목표다. 이를 위해 반도체, 제약·바이오, F&B(식음료) 등 공장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산업군으로 적극적으로 진입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송 상무는 "매년 고객사에서 고정적으로 수주를 확보하고 신규 고객사도 계속 추가해야 조 단위 매출 진입이 가능하다"며 "고객사 대부분이 한 번 투자로 끝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매출 성장의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등 LG전자가 생산 경험이 없는 분야도 일부 공정 유사성이 있기에 시장 진입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LG전자 측 입장이다.
정 사장은 "반도체의 경우 패키징, 출하, 이동 등 여러 공정이 있어 스마트팩토리가 업종 전문성이 필요 없이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경험 없는 업종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축적해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의 가장 첫 시작일 것"이라고 밝혔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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