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중 6명 "안전상비약 판매 종류 확대해야"

김민우 기자, 유예림 기자 2024. 7. 1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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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브레인 설문조사 응답자 58%가 상비약 판매 확대 선택
약국 외 판매 가능한 의약품 확대 필요성/그래픽=이지혜

성인남녀 10명 중 6명은 의사 처방 없이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 '안전상비의약품'을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편의성이 중요한 만큼 여전히 '약물 부작용'과 '약품 오남용' 문제에 대해 높은 우려와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상비약 품목 확대를 논의하면서 약물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은 올해 의약품 구매를 위해 약국 방문 경험이 있는 전국의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4 일반 의약품 약국 외 판매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지난 10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약국 외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 종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31.5%는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2.9%는 판매 종류 축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2012년 약사법을 개정해 24시간 편의점 등에서 안전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법상 최대 20개 품목까지 허용할 수 있지만 정부는 해열제 5종,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 등 총 13개 품목만 지정했다.

제도시행 초기부터 13개 품목 외에 지사제, 제산제, 진경제 등의 추가 지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제도 시행 6개월 후 소비자들의 안전상비의약품 사용실태 등을 중간 점검하고, 시행 1년 후 품목을 재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행 이후 10년 동안 품목 재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렇게 12년 전에 지정된 13개 품목이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고 그마저도 2개 품목은 국내 생산이 중단되면서 약국 외에서 판매할 수 있는 안전상비약은 11개 품목뿐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60.4%는 현재 약국 외에서 판매하고 있는 안전상비약 품목이 "같은 선택지에 놓인 약품이 많다"고도 대답했다.

현재 판매가능 품목으로 지정된 안전상비약은 △타이레놀정 500mg △타이레놀정 160mg △어린이용 타이레놀정 80mg △어린이용 타이레놀 현탁액 △어린이 부루펜시럽 △판콜 에이 내복액 △판피린 티 정 △베아제 정 △닥터베아제 정 △훼스탈 골드 정 △훼스탈 플러스 정 △제일쿨파프 △신신파스 아렉스 등이다.

해열진통제 5종,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어린이용타이레놀 80㎎'과 '타이레놀정 160㎎'은 국내 생산이 중단되면서 실질적으로 품목에서 제외됐다. 성분 기준으로 품목을 나누면 제품이 너무 다양해져 의약품 오남용 위험 높아진다는 우려 때문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같은 선택지 안에 놓인 약품이 다른 품목으로 지정되면서 구매할 수 있는 종류는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취급 확대가 필요한 의약품으로는 감기약(34.7%, 중복응답)을 가장 먼저 꼽았으며, 해열제(33.8%), 상처 연고 및 크림(33.3%), 진통제(32.1%)가 그 뒤를 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상당수가 해외 다른 국가처럼 편의점, 드럭스토어 등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약품의 종류가 많아질 필요가 있다(60.2%)는 데에도 동의를 표했다.

현재 약국 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반의약품에 '어린이용' 약이 허용될 필요가 있다(52.3%)는 데에도 과반이 공감을 표했다.

심야, 공휴일 응급 상황 시 대처 방법/그래픽=이지혜


편의점 등에서 상비약을 판매하지 않아 불편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55.9%에 달했다. 약사법 시행규칙을 보면 감기약이나 소화제, 해열진통제, 파스 등의 안전상비약을 팔려면 24시간 연중무휴 점포만 가능하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24시간 유인 편의점이 아니면 사실상 상비약 취급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상비약 취급 조건에서 '24시간 운영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올해 초 의약품 접근성 개선과 현장 여건을 고려한다는 취지로 해당 규제를 '규제뽀개기' 안건으로 선정했다.

전국의 편의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만5580개다. 이중 79%만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24시간 연중무휴' 규제만 풀려도 산술적으로 전국의 1만1505개의 편의점에서 추가로 안전상비약 판매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다만 의약품 확대의 필요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약품 오남용 문제'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큰 모습을 보였다.

응답자의 44.5%는 일반의약품을 약국 밖에서 판매할 경우 의약품 중복 복용이 우려된다고 답했고 41.3%는 악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4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41.7%가 중복 복용을 우려하고 36.4%가 악용 문제를 우려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마약 등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정책 추진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도 '개인별 약품 구매 데이터화' 등 국가 차원에서 의약품 오남용 문제를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62.7%, 동의율)는 데에 과반 이상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약국 외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약 품목수 확대를 검토하되 개인별 약품 구매 데이터화를 통해 상비약을 구매할 때 일정 수량 이외에는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정책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윤정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원은 "해외 주요국은 의약품 오남용 문제를 엄격히 관리함으로써 소비자의 안전과 의약품 접근의 편의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안전상비의약 품목 수 기준을 개선해 소비자의 의약품 접의 편의성을 높이고 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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