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폭로 전당대회’에 ‘어부지리’ 노리는 야당
여당 전당대회가 폭로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어부지리’를 취하려는 야권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의 ‘일극 체제’로 당원대회 흥행을 기대하기 힘들었던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번 사태를 특히 반기는 기류가 감지된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8일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댓글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여론 조성팀이 있었다는 내용이 폭로되더니, 나경원 후보가 패스트트랙 사건 관련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청탁했다는 폭로도 있었다”라며 “공당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분들이 없는 말을 지어내지 않았을 테니,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폭로된 의혹들과 관련된 수사를 촉구했다.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자백이나 다름없는 말을 하고 있어, 수사에 나설 충분한 이유가 마련됐다는 취지다.
혁신당 측은 향후 실제 고발이나 수사의뢰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조국 전 대표는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20일 (혁신당) 전당대회를 마치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범죄 행위에 대한 정리를 하고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권의 행보에 시민단체도 힘을 싣고 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날 한 후보의 여론 조성팀 의혹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의원의 폭로대로 한 후보가 법무부장관 시절부터 여론 조성팀을 운영했다면, 위계에 의한 방법으로 언론사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있다는 주장이다.
야당은 여당의 전당대회 과열과 자폭성 폭로전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에 관한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 등 주요 정국을 앞두고 어부지리를 안겨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을 심화시키고, ‘한동훈 특검범’과 같은 별도의 특검법 추진에 있어서도 명분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원대회 흥행을 기대하기 힘들었던 민주당에선 특히 이번 사태를 반기고 있다. 민형배 의원은 최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단일대오로 강력한 투쟁력을 갖춘 지도부가 구성되는 것이 ‘다양한 목소리’라며 내부 갈등이 있는 상태보다 백번 낫다”라며 “정부·여당에선 ‘어떻게 저 사람들(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똘똘 뭉치지’라는 걱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정상적인 민주당의 현 상황이 여권의 논란에 묻히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당이 조용한 것이) 장기적으로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계속 곪는 것을 모르고 지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은 “민주당은 너무 조용하다. 좀 더 시끄러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판이하게 다른 양당의 전당대회 국면이 향후 지지율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디어토마토’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0.4%포인트 하락한 37.7%를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은 3.6%포인트 상승한 38.1%로, 오차범위 내지만 국민의힘을 역전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최근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의 근소한 우세 속에 양측이 박빙 양상을 보여왔다. 지난 15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35.0%, 국민의힘은 38.0%를 기록했다.(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이 조사에서 양당은 9주째 오차범위 내에서 다투고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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