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택자는 줍줍 무순위 … 가점 낮은 무주택자는 특공 공략

청약통장 똘똘한 활용법

지난 2월 개포동에 있는 '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무순위 청약 공급에 101만명이 몰렸다. 총 3가구를 모집하는데 평균 경쟁률은 무려 33만7818대1이었다. 강남구에 소재하며 학군이 좋고 살기 좋은 신축 아파트라는 점이 신청한 사람들의 주된 이유였을 테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공급하는 분양가격에 있었다.

이 아파트 분양가격은 4년 전 입주자 모집공고 당시 분양했던 가격 그대로였다. 전용 59㎡ 기준으로 분양가격은 12억9000만원이었으나 이미 모집공고 시기에 22억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당첨만 된다면 9억원에 육박하는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말 그대로 '로또' 아파트였다.

무순위 청약에 100만명에 육박하는 신청자가 몰릴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지난해 2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 시행되면서다. 개정 이전에는 무순위 청약 자격이 무주택자에게만 주어졌다. 무주택자에게 우선적으로 주택공급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개정된 이후 주택 수와 관계없이 누구나 무순위 청약을 할 수 있게 자격 요건이 완화됐다.

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이처럼 주택청약 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의 기존 주택 처분의무가 폐지되면서 실질적으로 1주택자까지 1순위 자격으로 청약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다. 청약 당첨으로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추가 주택을 보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규제지역 내 청약가점제와 추첨제 비율도 개선됐다. 기존에는 규제지역 내에서 전용 85㎡ 이하 평형의 주택공급 시 100% 가점으로만 당첨자를 선정했다. 주택이 한 채라도 있다면 무주택 기간 가점에서 점수를 받을 수 없어 사실상 당첨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현재는 전용 60㎡ 이하는 60%, 전용 60~85㎡ 평형에는 30%까지 추첨제 비율 폭이 개선됐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돼 민간이 분양하는 주택의 분양가상한제 지역은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만 남았다.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 공급하는 주택의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당첨만 된다면 위의 무순위 청약 사례처럼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달 입주자 모집공고가 예정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당 분양가격이 6736만원으로 확정돼 전용 85㎡ 기준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무려 19억원이나 저렴하기 때문이다. 단 최근 사례를 보면 규제지역 내 공급하는 주택에 가점으로 당첨되려면 최소 70점 이상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라면 전용 60㎡ 이하 평형에 선별적으로 청약을 신청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유리할 수 있다. 규제지역 내에서는 추첨제 비율이 60%로 가장 높기 때문이다. 또한 무주택 가구에게 일반공급과 별도로 주어지는 특별공급 물량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올해 3월 청약제도가 개편돼 부부가 중복으로 청약 신청이 가능하도록 특별공급 자격이 완화됐다.

1주택자라면 추첨으로 선정하는 공급분으로만 당첨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일반분양 주택의 당첨자 선정 방법'(청약 추첨 물량의 75%는 무주택 가구 구성원에게 돌아가는 것) 때문에 당첨 확률은 더욱 희박해진다. 그러나 청약제도가 개선되기 전 규제지역 내에서 전용 85㎡ 이하 주택에서 당첨될 확률이 전혀 없었던 것에 비하면 훨씬 낫다.

개정된 청약제도와 우수한 입지의 주택공급이 맞물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청약 열기가 뜨겁다. 하반기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규제지역 내에서 총 4500여 가구가 일반공급 분양으로 풀린다. 묵혀 있는 청약통장이 있다면 이제는 써야 할 때다.

[이관재 신한은행 부동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