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美테크주식·우량채·금 섞어라"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2024. 7. 1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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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고 SC그룹 자산관리부문 자산배분 총괄
빠르면 9월에 美 금리 인하
전세계 테크기업 활황 전망
포트폴리오 다각화 필수
달러화표시 신흥국채 추천
엔화 가치 1년내 상승할 듯
게티이미지뱅크

"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고수익 투자처를 포착해 투자하고, 위험에 대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배분하는 것이 하반기 투자 성공 전략이다."

최근 매일경제가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사에서 만난 오드리 고 SC그룹 자산관리부문 자산배분 총괄이 짚은 하반기 투자 전략이다. 이미 금리 인하를 시작한 유럽 등 선진국과 신흥국 외에도 하반기 미국 등에서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미리 고수익 투자처에 돈을 넣어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금리 인하 시기가 불분명하고 연착륙이 예상돼 여러 위험에 대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배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드리 고 총괄은 금융업계에서만 20년간 몸담은 전문가다. 그는 아시아, 유럽 등에서 근무하며 자산 전반에 걸쳐 투자 아이디어와 기회를 찾는 업무를 담당했다. SC제일은행 모기업인 SC그룹에서도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제공하는 자산배분팀을 이끌면서 SC그룹의 시장 전망과 장기 테마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있다.

그는 하반기에는 투자자들이 기존 포트폴리오 재평가에 나서야 한다고 봤다. 글로벌 시장이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 주요국 경제의 성장률 및 물가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드리 고 총괄은 "이르면 9월, 늦으면 연말에 한 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물가 상승이 어느 정도 저지됐고 고용시장도 분화돼 금리 인하 폭은 갑작스레 불황의 우려가 있지 않는 한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거시경제 환경 변화 속에서 오드리 고 총괄은 주식을 포함한 성장 자산에 중점을 두고, 우량 채권과 더불어 전략적인 금 투자 등에 나설 것을 추천했다. 기업 실적과 정치적 요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투자자의 장기적 성장 목표와 리스크 허용도에 맞춰 다양화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현금 보유보다는 주식이나 채권 투자를 권했다.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현금 수익률이 더 낮아질 뿐 아니라 미국이 연착륙 과정에서 경기 사이클을 연장하면 기업 이익에 도움이 돼 성장 자산으로서 주식 수익률이 높다고 봤다.

오드리 고 SC그룹 자산관리부문 총괄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오드리 고 총괄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분야로 올해 미 증시의 성장을 이끌었던 테크주를 추천했다. 그는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면서 많은 데이터센터가 구축되고 있어 관련 산업의 성장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외에도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테크 기업이 활황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한 셈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테크 산업을 전략 분야로 지정해 자국 기술을 보호하고 장기적으로 성장시키려고 해 중국 테크 주식이 괜찮고, 미국과 중국의 긴장 상태에 대비한 인도 기업도 투자처로 괜찮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테크 관련 반도체 기업들이 AI 발전으로 반도체 칩 수요가 늘어나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위험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급격스레 경제 상황이 나빠질 것에 대비해 우량 채권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고객의 투자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가 달라질 수 있다. 오드리 고 총괄은 손실에 민감한 투자자들은 안전 자산인 현금과 채권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공격적 투자자들은 테크 기업 관련 주식이나 고위험 채권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추천했다.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는 주식 60%, 채권 33%, 금 5%, 현금 2%로 구성된 혼합형 포트폴리오를 통해 주식으로는 이익을 얻고, 채권과 금으로는 위험을 방어할 수 있다.

채권의 경우 미 달러화 표시 신흥국 채권을 권했다. 오드리 고 총괄은 "미국 국채 대비 신흥 시장의 미 달러화 표시 채권이나 외환 헤징이 되는 유럽 국채, 인도 루피화 채권 등이 초과 수익률을 낼 여지가 있어 투자를 고려해봄 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소위 '트럼프 자산'이라 불리는 가상자산에 대해 일종의 '고위험 테크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만약 통화 정책이 완화된다면 가상자산의 거래를 촉진시킬 수 있지만 긴축 정책이 펼쳐지면 부정적일 수 있어 두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드리 고 총괄은 "SC그룹도 투자 포트폴리오에 가상자산 편입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높아 보유를 하더라도 배분을 해, 위험을 감당 가능한 수준인 5~10%로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봤다. 달러 완화 정책이 펼쳐지면 달러화 약세가 전망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면 그가 예고한 관세 정책과 보호무역 정책으로 달러가 부족해질 수 있어 이 두 가지가 상쇄된다고 본 것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먼저 집행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갈릴 것이라고 봤다. 오드리 고 총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금 감면을 우선적으로 시행하면 시장이 좋게 반응하겠지만 관세를 올리거나 이민을 억제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면 시장의 반응이 좋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 투자와 관련해서는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봤다. 오드리 고 총괄은 "일본 중앙은행이 최근에 언급한 걸 보면 인플레이션에 진전이 있었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 한 차례 정도 있을 수 있다"며 "엔화는 향후 1년 내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보여 지금 투자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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