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긴급 정지” 외치자 AI가 생산라인 세워… LG전자 스마트팩토리확산센터 가보니
“2030년 조단위 매출 목표”... 영업이익률은 10% 이상
생산 라인에 구글 생성형 AI ‘제미나이’ 접목
음성으로 라인 멈추고 오류 분석해 저장
기존 카메라에 AI 달아 불량률 1% 이하로
18일 오전 경기 평택 LG전자 생산기술원 내 스마트팩토리확산센터. “긴급 정지, 긴급 정지.” 작업자가 다급하게 소리치자 이차전지 공장의 가상 생산라인이 저절로 멈췄다. 생산라인에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가 적용돼 음성만으로 오류 상황이 손쉽게 정리됐다. 라인 옆 화면엔 실시간으로 AI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불량 유형을 분석한 결과가 떴다. 불량 사유를 누르니 작업자가 당장 어떤 조처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가이드 영상이 재생됐다. 장비 기술자가 현장에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작업자가 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사후 처리도 간편했다. 작업자가 마이크에 불량 상황을 중얼중얼 말하자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가 오류를 유형화해 중앙 PC에 자동으로 저장했다.
◇ 37년 LG 제조 혁신 기지서 스마트팩토리 신사업 첫발
LG전자 평택 생산기술원은 1987년 설립돼 기술·장비·생산시스템 개발 연구를 담당하며 LG그룹의 제조 혁신을 이끌어왔다. 생산기술 전문가 18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이곳이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내부적으로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해 오던 LG전자는 여기서 사업 기회를 발견했다. 전자제품 판매 일변도에서 벗어나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확대하려는 회사 방향과도 맞아떨어졌다. LG전자는 지난해 조직 개편에서 70여명 규모의 스마트팩토리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사업 첫발을 뗐다. 지난 66년간의 제조공장 운영 노하우에 AI와 DX(디지털전환)를 접목해, 다른 제조 기업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LG 스마트솔루션 사업 모토는 단순하다. ‘고객에게 LG전자의 등대 공장 같은 공장을 만들어 주겠다.’ LG전자 창원 공장과 미국 테네시 공장은 국내 가전업계 최초로 세계경제포럼의 ‘등대 공장’으로 선정됐다. 등대 공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을 도입해 혁신을 이끄는 공장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이렇게 축적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원하는 기업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대화 LG전자 생산기술원장(사장)은 “새 공장을 구축하려는 기업부터 기존 공장에서 생산성을 높이려는 기업 등이 모두 LG전자의 잠재 고객”이라며 “스마트팩토리를 국내 주축 사업으로 육성시켜 국내에도 해외 저가 생산기지 못지않은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팩토리확산센터에 마련된 가상의 생산라인은 AI로 전 영역이 연계돼 있었다. LG전자는 구글,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공장에 있는 기존 카메라나 CC(폐쇄회로)TV에 AI 솔루션만 결합해도 작업자가 안전복을 제대로 입고 있는지부터 라인 불량 상황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컨베이어벨트 위에 놓인 부품이 내는 진동과 소음만으로 AI가 설비 이상 유무를 인식했다. 다관절 로봇 팔과 물류 로봇에도 AI가 적용돼 오류가 발생하기 전, 학습한 데이터를 토대로 먼저 작동을 멈추거나 알람을 보냈다. 생산기술원 관계자는 “로봇을 이미 도입한 생산라인의 불량률이 5%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AI만 추가로 접목해도 불량률을 1%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 “올해 수주 3000억원, 매출 2000억원 예상”
이제 출범한 스마트팩토리 사업의 수요는 높다. LG전자는 6개월 만에 고객사 20여곳을 확보했고, 수주 금액은 LG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외부 고객 기준으로 2000억원에 달한다. 수주액은 6개월~1년 후 매출로 이어진다. 현재 LG 스마트팩토리 사업의 주 고객사는 이차전지 제조업체,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물류업체 등이다. 향후 반도체, 제약·바이오, F&B(식음료)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게 LG전자의 목표다. 송시용 LG전자 스마트팩토리사업담당 상무는 “연말까지 수주 3000억원, 매출 2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며 “등대 공장을 만들어 준다는 우리의 기치에 많은 기업들이 반응을 보이고 있어 사업이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기세를 몰아 2030년까지 스마트팩토리 사업에서 조 단위(LG그룹 계열사 제외)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영업이익률은 두자릿수 이상을 확보해 회사의 효자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시장 성장세도 빠르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지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팩토리 시장은 올해 1556억달러(약 214조원)에서 오는 2030년 2685억원(약 370조원) 규모로 연평균 1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송 상무는 “‘산업계 명의’가 되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스마트팩토리 구축 여정은 종합병원에서 환자를 대하는 의사처럼 기획 단계부터 설계까지 올바른 처방을 내리는 게 필수적인데, 국내 사업자 중 이렇게 고객 전체의 생산 여정을 커버하는 곳은 흔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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