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E&S 합병, 소액주주·재무투자자 설득이 관건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키로 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들과 SK E&S 재무적 투자자 설득이 합병 성공의 관건으로 지목된다.
당장 합병비율(1 대 1.19)에 대한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들의 평가가 변수로 꼽힌다. 수조원대 SK E&S 상환전환우선주(RCPS·만기 때 투자금을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를 보유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의 협의도 남아 있다. SK 측은 18일 “합병비율은 적정 수준”이라고 밝혔고, KKR에 대해선 “특별한 변수는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합병 성공의 1차 관문은 다음달 27일 예정된 두 회사의 주주총회다. SK E&S는 그룹 지주사인 SK(주)가 지분 9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합병안의 SK E&S 주총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지분 구조는 36.2%를 보유한 SK㈜ 다음으로 개인 24.9%, 외국인 20.9%, 기관 14.3% 등의 순으로 돼 있다. 소액주주들 입장이 합병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합병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들의 판단 기준은 합병비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은 기준시가를, 비상장사인 SK E&S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한 값을 합병가액으로 했다. 다만 시장에선 1 대 2 비율을 예상했던 만큼, 1 대 1.19는 SK이노베이션이 자산가치에 못 미치는 기준시가를 적용했다는 소액주주들 지적도 나온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합병비율에 대해 “양사가 가진 수익력, 미래 성장 등을 감안하면 적정 수준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동수 SK이노베이션 전략·재무부문장은 “상장사는 시가를 채택하는 게 원칙”이라며 “예외적인 경우에만 자산가치를 택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원칙에 따라 기준시가를 적용했고, 외부 전문기관에서도 주가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자산가치를 활용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게 자문 결과”라고 전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11만5900원에 마감했다. 전일 종가(11만9700원) 대비 3.17%(3800원) 떨어졌다. 합병 반대 주주들을 위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11만1943원으로 정해진 상태다.
재무적 투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SK E&S는 RCPS를 발행해 KKR로부터 2021년 2조4000억원, 2022년 7350억원 등 총 3조1350억원을 조달했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KKR에 대해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K E&S 공시를 보면 “SK E&S는 합병이 완료되기 전까지 유상감자, 상환, 기타 여러 방안을 통해 RCPS 전량을 소멸시킬 예정”이라고 나온다. 합병 기일은 11월1일이다. SK E&S가 발행한 RCPS는 자동 소멸하고, 신규 합병법인이 KKR과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신규 RCPS를 발행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은 “KKR과는 기존 발행 취지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협의하고 있다”며 “11월 합병기일 전까지 우호적인 방향성을 유지할 예정으로, 특별하게 합병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KKR과 원만히 합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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