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휴머노이드 로봇과 로봇 유토피아

2024. 7. 1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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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

리싱크X는 에너지와 교통의 파괴적 혁신(clean disruption)에 대한 전망으로 잘 알려진 토니 세바가 만든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토니 세바는 20세기 초 뉴욕시 사진을 통해 교통 분야의 파괴적 혁신 사례를 설명했다. 1900년 사진에는 마차로 가득 찬 거리에 자동차가 한 대였다. 불과 13년 후에는 반대로 자동차로 가득 찬 거리에 마차는 한 대 뿐이었다.

1900년 5번가에 한 대 뿐인 자동차와 마차가 있는 사진(왼쪽)과 1913년 같은 장소에 자동차가 가득 차있고 마차가 한 대 뿐인 사진. (자료=리싱크X '이번에는 우리가 말이다' 보고서)

리싱크X가 얼마 전 발표한 보고서 제목은 '이번에는 우리가 말이다(This time, we are the horses)'이다. 이것은 20세기 초 자동차의 등장으로 교통 수단으로써 말의 역할이 사라진 것처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인해 인간 노동자의 역할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을 함축한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AI)에 의한 노동의 대체 가능성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확대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과 노동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미흡한 편이다.

인류 문명이 인간 노동의 산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향후 수십년 동안 일어날 인간 노동의 로봇에 의한 대체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의한 노동의 대체

X-커브 사례로 소개된 비디오 대여 (자료=리싱크X '이번에는 우리가 말이다' 보고서)

리싱크X 보고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의한 노동의 대체에 관한 다수의 주요 통찰을 담고 있다.

파괴적 혁신 X커브는 신기술의 채택(S커브)과 기존 기술의 붕괴 패턴을 결합해 파괴적 혁신 과정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X커브 사례로 소개된 비디오 대여의 경우, 2005년에는 피지컬과 디지털의 비율이 각각 95% 이상, 5% 이하였지만 2020년에는 약 10%, 90%로 상황이 역전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의한 인간 노동의 대체가 가능한 것은 다양한 기술을 수렴해 소위 '노동 엔진(labor engine)'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센서, 컴퓨터(HW·SW), 액추에이터, 배터리, 전력 전자 등 노동 엔진을 구성하는 요소 기술이 최근 수년간 비용이 하락하고 성능이 향상되면서, 인간 노동과 경쟁할 수 있는 노동 엔진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

향후 20여년에 걸쳐 휴머노이드 로봇은 세계 경제의 주요 부문에서 인간 노동을 대체할 것이다. 이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심대한 변화로서 인류가 여태껏 경험한 것들 중 최대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과 2040년 공장의 모습 (자료=리싱크X '이번에는 우리가 말이다' 보고서)

휴머노이드 로봇에 의한 노동의 대체는 필연적이다. 새로운 기술이 기존 기술 대비 10배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경우 파괴적 혁신이 일어난다.

총 수명 비용이 20만달러인 휴머노이드 로봇을 2만시간 동안 사용한 후 폐기한다고 가정하면 시간당 비용은 10달러다. 10달러로 시작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간당 비용은 2035년 1달러, 2040년에는 0.1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다.

휴가 등이 불필요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특성상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 노동자보다 3배 이상 많은 연간 7000시간 노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능 향상도 병행돼 2040년대에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휴머노이드 로봇이 할 것으로 보인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의한 파괴적 혁신은 단순히 인간 노동을 로봇 노동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닌 '상전이(phase change)'로서, 새로운 속성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완전히 새로운 노동 시스템이 등장할 것이다.

새로운 노동 시스템에서는 노동의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다. 또 인터넷이 정보통신의 한계비용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 디지털 혁명을 촉발한 것처럼 '노동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노동 원가가 하락하면 모든 것의 원가가 하락하는 '보편적 원가하락(universal cost reduction)'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공급 중심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질 것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가용 노동력은 인구만큼만 증가하는 대신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배치하는 속도만큼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그 결과 지금까지는 성인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었던 수많은 작업을 휴머노이드 로봇이 훨씬 더 저렴하게 수행하므로 생산성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의 인간 노동 시스템에서는 고비용, 고위험 등으로 인해 불가능했던 완전히 새로운 응용과 산업도 가능해질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노동은 지역 제약 없이 어디에서나 사용 가능하므로 저비용 인간 노동으로 인한 지역적 경쟁 우위를 사라지게 할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투자, 국익과 직결

휴머노이드 로봇은 어느 국가든 노동력을 대규모로 확충해 1인당 생산성 기준으로 경제를 성장시킬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국가 노동력 참여는 인간에 비해 비용과 기간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예를 들어 한 국가 노동력에 100만명을 추가하려면 1000억달러와 20년이 걸리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100만대를 추가하는 데는 100억달러와 1년이면 충분하다.

과거에는 대규모 자원을 보유한 인구가 많은 국가만이 경제적 자급자족이 가능했다. 반면 에너지, 운송, 식량 분야의 파괴적 혁신과 대규모 로봇 노동력이 결합하면 작은 나라도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적 자급자족도를 높일 수 있다.

국가 안보 측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빠른 시간 안에 용도 변경이 가능하다. 로봇 노동력을 많이 보유한 국가는 로봇 군대도 많이 보유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전 세계 노동 시장 규모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창출될 잠재 수요를 고려할 때 향후 20년간 휴머노이드 로봇의 보급 대수는 10억대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직접적인 판매 수익 외에도 휴머노이드 로봇에 의한 생산성, 물질적 풍요, 전반적인 번영의 폭발적 증가를 고려한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투자로 사회 전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훨씬 크다. 따라서 전체 GDP의 적지 않은 부분을 휴머노이드 로봇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모든 것을 더 저렴하고, 고품질로 만들고,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에너지, 운송, 식량 등 핵심 분야(foundational sector)의 요소 기술(태양광, 풍력, 배터리, 전기자율주행차, 정밀 발효, 세포 농업) 보급을 가속화할 것이다. 노동, 에너지, 운송, 식품 분야의 파괴적 혁신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인류 문명의 대전환을 더 앞당길 것이다.

단기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 노동자를 직접 대체하기보다는 현재 인간이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노동 수요를 충족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상태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며 이는 노동과 자본 간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끝남을 의미한다.

파괴적 혁신의 시기에 기존 이해관계자들은 신기술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보조금, 구제 금융 등 정부 정책에 의존해왔다. 이러한 보호 정책의 혜택은 항상 산업 붕괴로 인해 생계를 잃는 개인과 지역사회가 아니라 기존 이해관계자들에게만 돌아갔다.

따라서 일자리, 기업, 산업이 아니라 사람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로봇 기반의 보편적 공공 서비스 구현해야

미래 번영을 위해서는 노동의 한계 비용이 하락함에 따라 모든 것이 저렴해지는 '보편적 원가 하락' 현상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휴머노이드 로봇 노동을 활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의료, 교육, 주거, 교통 등의 핵심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 기반의 보편적 공공 서비스(UPS)는 로봇 유토피아 구현을 위한 핵심 정책이다.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휴머노이드 로봇 혁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선우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융합보안대학원 교수 sunkim11@skku.edu

〈필자〉 2022년 11월부터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산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19년부터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협의회(ICLEI·이클레이) 한국사무소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부터 경기도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2022년부터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내 우주사이버보안포럼 간사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전라북도의 새로운전북 자문위원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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