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수주 위해 비밀특사 보낸 尹... 책상 치며 “됐다” 환호
지난 17일 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는 결과를 ‘핫라인’을 통해 보고받은 뒤 책상을 내리치면서 “됐다”며 환호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곧이어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의 브리핑을 TV 생중계로 시청하면서 박수를 보냈다.
성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사업비 24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원전 수출의 의의와 그간 윤 대통령이 각종 외교 무대에서 펼쳤던 원전 세일즈에 대해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신규 원전 사업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시공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의 참여를 요청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물밑에선 보다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졌다. 윤 대통령은 같은 기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밀 특사’로 체코에 파견해 페트르 피알라 총리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이 친서에는 “양국이 원전 분야에서 협력하면 원전 산업의 제3국 진출에 도움이 되고, 체코 원전 산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현재 주 4회로 운행 중인 체코 프라하-인천공항 직항노선을 주 7회로 늘리자” 등 양국의 전방위 협력 내용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의 정상 외교와 특사를 통한 외교전 등 ‘투 트랙’ 전략이었다. 결국 체코는 지난 17일 세계 2위 원전 대국인 프랑스가 아닌 한국수력원자력을 신규 원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체코 정부는 공식 발표에 앞서 한국 측에 ‘핫라인’을 통해 먼저 결과를 통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번 체코 원전 수주에 나서면서 ‘온 타임, 위딘 버짓(On time, within budget)’ 전략을 강조했다고 한다. “두 나라가 함께 짓는 원전”이라는 기조 아래 단순히 원전에서 그치지 않고, 기자재 등 일정 부분을 체코 내에서 조달하면서 체코 산업 발전에 도움을 주겠다는 약속이었다.
당초엔 기간과 예산을 지키겠다는 ‘온 타임, 온 버짓’ 전략이었지만, 예산과 기간 등 분야에서 프랑스와 차별화하기 위해 ‘온 타임, 위딘 버짓’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전북 정읍 소재 JB그룹 아우름캠퍼스에서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우리 원전 산업이 전반적으로 고사 직전에 몰렸는데 이제 탈원전 정책을 극복하고 세계적 추세에 따라 다시 원전 산업을 회복시켜 우리 산업과 지역 전체가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 세계 원전 시장이 금액으로는 약 100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미국 상무부 추정”이라며 “그래서 지금 원전 수주는 상업적인 것에 더해 국가간의 전략적 협력이 많이 고려되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가 큰 대규모 수주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로 원전 기자재 업체의 일자리가 늘어 큰 고용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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