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공소 취소' 폭로 하루 만에 사과…與 의원들은 '부글'

박상곤 기자, 민동훈 기자, 박소연 기자, 한정수 기자 2024. 7. 1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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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與 의원들 단체 채팅방서 "말에는 금도가 있어야"…한동훈 "조건 없이 사과한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간담회 회의장 앞에서 '패스트트랙 투쟁 폄훼 한동훈 후보 당대표 자격 없다'가 적힌 피켓을 든 이희원 서울시의원(국민의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7.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나경원 당 대표 후보에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소 취소' 부탁을 받았단 사실을 폭로한 것에 대해 하루 만에 사과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당권 주자들은 물론 당시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기소된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는 18일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어제 '공소취소 부탁 거절 발언'은 '왜 법무부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아무리 법무부장관이지만 개별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며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공수처법 등 악법을 막는 과정에서 우리 당을 위해 나서다가 생긴 일이었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한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에서 기자들을 만나서도 "조건 없이 사과한다"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저도 말하고 '아차, 이 얘기 괜히 했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당 대표가 되면 (패스트트랙 사건 재판과 관련) 법률적인 지원을 지금보다 더 강화하겠다"고 했다.

앞서 한 후보는 전날인 17일 오전 CBS 주관 4차 방송토론회에서 나 후보가 자신이 법무부 장관일 때 자신의 패스트트랙 공소 사건 취소를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나 후보가 '한 후보 법무부 장관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구속하는 데 실패했다'는 취지로 비판하자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수사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며 반박한 것인데, 여권에서는 한 후보의 돌발 발언이 야당 공격에 빌미를 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 후보가 폭로로 재조명받는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4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막는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원내대표, 강효상·김명연·김정재·민경욱·송언석·윤한홍·이만희·이은재·정양석·정태옥·곽상도·김선동·김성태·박대기·박성중·윤상직·이장우·이철규·김태흠·장제원·정갑윤·홍철호 의원 등 의원 23명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은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한 후보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하루 만에 사과한 건 당시 사건 당사자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신을 향한 성토가 쏟아지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민의힘 안팎에선 한 후보의 발언을 향해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받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이 모두 모여있는 텔레그램 채팅방에 한 후보가 나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요구 폭로 기사를 올리며 한 후보를 비판했다. 윤 의원이 올린 글엔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이 공감을 표시했다.

윤 의원 외에도 당시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재판받는 의원들 중심이 돼서 한 후보를 비판하는 글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 채팅방엔 이철규·김정재·송언석 의원 등이 한 후보 발언을 질타했고 수도권 5선 중진인 권영세 의원도 "말에는 금도가 있어야 한다"고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공개적인 비판도 쏟아졌다. 국민의힘 당 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은 SNS에 올린 글을 통해 "동지들의 고통에 공감하지는 못할망정, 2차 가해했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SNS에 "한동훈 위원장의 태도를 보면 이율배반적 면모가 점점 더 자주 보인다"며 "우리 당 의원 개개인의 아픔이자 당 전체의 아픔을 당내 선거에서 후벼 파서야 하겠느냐. 경쟁은 하더라도 부디 선은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이 한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순 있지만 대세에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분위기를 조금 더 살펴봐야 하지만 일부 한 후보가 과했다고 생각하는 의견들이 지역에서 나온다"며 "(이번 일이) 당연히 한 후보에게 득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영남지역 의원은 "한 후보의 폭로가 원내 의원들 인식에는 어느 정도 악영향을 줬다. 그러나 다수의 당원 표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다"고 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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