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으로 만든 첫 대장암 신약…'퍼스트 인 클래스' 한국서 나오나
유산균을 활용한 최초의 대장암 신약이 국내 기업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쎌바이오텍은 오는 10월 한국인 장내 유산균과 김치 유산균을 결합한 유전자 재조합 대장암 치료제의 임상 1상에 돌입한다. 기존 항암제와 효과는 유사하면서도 부작용 위험이 낮은 신약으로, 성공할 시 유산균을 활용한 '퍼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초) 약물이 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쎌바이오텍은 경구용 대장암 신약 'PP-P8'의 임상 1상을 준비 중으로, 오는 10월 서울대병원에서 32명을 대상으로 1상 환자 투약을 시작할 예정이다. PP-P8은 한국인 유산균에서 발현한 항암 단백질 'P8'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조작한 뒤 김치 유산균(PP)과 결합한 대장암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P8은 쎌바이오텍 특허 균주인 'CBT-LR5' 유래 항암 단백질이다. 대장암 성장 촉진 단백질을 파괴하는 항암 효과가 증명됐지만 자연 상태로는 효과가 미미하다. 이에 쎌바이오텍은 자체 유산균 약물전달 시스템(DDS) 플랫폼을 통해 P8을 자연 상태 대비 100배 이상 생산할 수 있도록 증폭 과정을 거쳤다. 플라스미드(유전자 전달체)에 P8을 삽입한 뒤 플라스미드 DNA를 김치 유산균에 형질전환하는 방식이다. 김치 유산균은 위산에 쉽게 사라지지 않아 약물 이동을 용이하게 하는 일종의 '배' 역할을 한다. 증폭시킨 P8을 김치 유산균이란 배에 실어 보내 담즙산을 뚫고 소장을 지나 대장까지 도달하게 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유전자 재조합 과정으로 대장암 신약을 개발 중인 곳은 쎌바이오텍이 유일하다.
앞서 쎌바이오텍은 2021년 3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해당 신약 관련 임상 1상 IND(임상시험계획)를 신청한 뒤 3년 만인 지난 3월 허가를 얻었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기전이다 보니 안전성과 관련해 보완 요청이 있었다"며 "쥐를 비롯해 원숭이까지 안전성을 검증하는 동물실험을 진행하면서 승인 시점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장암 치료제는 합성화합물이나 면역항암제가 대부분으로, 항암 과정에서 피로·구역감·탈모·간수치 상승·복통·호흡곤란 등 부작용과 높은 비용이 한계로 꼽혀왔다. 반면 PP-P8은 인체에서 추출한 유산균을 활용하는 만큼 기존 항암제 대비 부작용 위험이 낮고 먹는 약으로 개발, 주사제 대비 복용 편의성을 높였다. 앞서 진행된 영장류 등 동물실험에서도 특별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단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쎌바이오텍 관계자는 "대장암 표준치료제인 '5-Fu(플루오로우라실)'과 효과는 비슷하면서도 부작용은 낮고, 복용 편의성·경제성 등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본다"며 "종균만 제대로 확보하면 이를 배양하는 건 쎌바이오텍이 계속해왔던 기술력이며 의약품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적은 물질로 대량 생산할 수 있어 경제성도 뛰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쎌바이오텍은 자체 신약으로 바이오 사업을 본격화, 퀀텀점프(비약적 성장)를 이루겠단 입장이다. 여기엔 '29년 토종 유산균'의 자신감이 뒤따른다. 쎌바이오텍은 창립 9개월 만에 유산균 본고장 덴마크를 비롯해 미국과 독일, 일본에 이어 전 세계 5번째로 유산균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한국 유산균만을 취급, 유산균 11종에 대해 최상위 안전성 인증제도인 미국 식품의약국(FDA) GRAS 인증도 얻었다. 단일 기업으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다.
가능한 한 기술이전 없이 신약을 자체 개발하겠단 게 쎌바이오텍의 목표다. 국내에서 2025년 12월 임상 1상, 2028년 6월 2상까지 완료한 뒤 3상 진입과 동시에 희귀의약품으로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쎌바이오텍 관계자는 "기술이전보다는 최대한 (자체적으로) 대장암 신약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며 "현재 당뇨와 비만, 질염 치료제 후보물질도 탐색·발굴 중으로 향후 자체 기술을 활용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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