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4만원→2천원 폭락…네이버 스노우가 투자한 알체라에 무슨 일이?
최대주주 스노우, 알체라 대표에 의결권 위임
설립 한 달 만에 네이버 자회사의 투자를 받은 기업. ‘AI 4대 천왕’ 앤드루 응이 인정한 한국의 AI 선두주자. 인천공항 출입국 관리 시스템과 시중은행 비대면 얼굴 인증 시스템을 제공할 정도의 기술력.
한때 영상인식 인공지능(AI) 기업 알체라를 향했던 찬사다. 하지만 주가는 추락의 연속이었다. 4만원을 웃돌던 주가가 3년 만에 2000원대로 내려앉았다. 2021년부터 악재가 겹친 탓이다. 메타버스 테마주 버블이 꺼졌고 지난해에는 57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이 무산됐다.
삼성 출신이 차리고 네이버가 투자한 회사
시작은 화려했다. 알체라는 2016년 설립과 동시에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16년 6월 삼성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 출신인 황영규·김정배 대표가 설립한 이 회사는 안면인식 AI, 사물 이상 상황 감지 기술을 내세워 한 달 만에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얼굴인식 기술을 납품하는 조건이었다. 스노우 핵심 서비스인 얼굴 보정, 필터, AI 프로필을 생성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알체라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대규모 투자로 현재 알체라의 최대주주 역시 스노우다. 스노우의 보유 지분율은 11.48%다.
설립부터 상장까지는 꽃길이 이어졌다. 알체라는 설립 4년 만인 2020년 12월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AI 얼굴인식 기술이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얼굴인식 벤더 테스트(FRVT)에서 1초 이내에 99.99%의 정확도를 기록할 정도로 뛰어난 점을 인정받았다. 알체라는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대비 2배로 형성된 시초가)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목표도 야심찼다. 알체라는 상장 당시 증권신고서에 2021년을 기점으로 흑자전환 후 2023년 1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한다고 썼다. 하지만 상장 이후 흑자를 한 번도 내지 못했다.
공고문 한 줄에 다음 날 시총 2000억원 증발
상장을 통해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한 알체라는 사업 확장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투자는 오히려 본업까지 흔들리게 하는 패착이 됐다. 알체라는 2020년 12월에는 최대주주 스노우와 합작법인(JV) ‘플레이스에이(place_a)’를 설립했다.
2021년 메타버스 관련주가 고공행진하면서 알체라 역시 테마주에 올랐다. 회사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황영규 알체라 대표는 그해 3월 한 경제방송에 출연해 스노우와 함께 AI를 활용한 메타버스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알체라 주가는 2021년 7월 한 달 동안 60% 이상 오르며 급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2021년 7월 27일 알체라는 돌연 메타버스와 관련된 직접 사업 모델이 없다는 공시를 냈다. 그 결과 다음 날 시총 2000억원이 증발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문 한 줄로 주가가 폭락했다며 원성이 자자했다. 황 대표는 시장의 오해를 바로잡고 회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상장회사의 의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후 플레이스에이는 2022년 3월 ‘팔라’로 사명을 바꾼 뒤 대체불가능토큰(NFT) 분야로 사업 방향을 변경했다. 하지만 이 사업 역시 실패해 100억원 가까운 투자금이 올해 100% 손실 처리됐다.
헬스케어 사업에도 수십억원을 투자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알체라는 2022년 7월 노인재택 요양관리 플랫폼 회사인 바이엘(byL)에 대여금 4억을 투자하고 바이엘의 전환사채 45억원을 인수했다. 하지만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투자금을 회수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알체라 관계자는 “바이엘 투자는 합작사 개념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아직까진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 사업 확장이라는 명목하에 유스비라는 회사를 35억원에 인수하기도 했지만 적자가 누적돼 결국 올해 손실처리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산불 감시 사업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알체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Alchera X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산불감시 사업을 한다고 했으나 POC(개념검증과제) 비용만 받고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았다.
황 대표 보유 지분, 9%→1%대로
매출 증가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투자로 인한 손실은 커지며 적자폭은 커졌다. 2020년 5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알체라는 2021년 111억원, 2022년 1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1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1분기에만 55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실적 악화로 자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알체라는 외부자금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알체라는 2021년 2번의 전환사채(CB) 발행, 2022년 대규모 증자로 1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그 이상은 금융감독원이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5차례 거절하면서 자금 조달이 막혔다. 지난해 9월에는 570억원 규모의 유증을 결정했지만 금융당국의 반대로 이를 철회했다. 현재 알체라는 기업 경영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받은 상태다. 감사인 삼화회계법인은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한정의견을 냈다.
외부 자금 조달이 막힌 상황에서 채권 상환일은 속속 도래했다. 알체라는 2021년 11월 2회차 전환사채를 찍어 230억원을 조달했다. 운영자금과 타 법인 증권 취득 목적이었다. 투자자들은 만기 이자율 0%에 알체라 전환사채를 사들였다. 계약상 전환청구가(3만8116원)보다 알체라 주가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끝없이 떨어졌고 풋옵션 청구 압박이 들어왔다. 알체라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보유 주식을 내다 팔며 빚을 갚았다. 지난 6월 11일 황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 163만5004주를 3545원에 처분해 마련한 자금으로 사채를 상환했다. 그 결과 황 대표의 지분은 기존 9.18%에서 1.56%까지 줄었다.
최대주주 스노우, 의결권 전부 황 대표에 넘겨
무리한 투자와 잘못된 경영판단으로 인한 주가 하락의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었다. 한때 주가가 1000원대까지 떨어졌던 알체라의 종목토론방에서는 ‘상장폐지’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체라는 외교부의 여권 판독 시스템, 인천공항 출입국 관리 시스템, 시중은행의 비대면 얼굴 인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국민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런 회사가 부실해진다면 결국 투자자뿐 아니라 국민들의 데이터 역시 안전하게 관리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가가 걷잡을 수 없이 급락한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스노우의 행보도 이례적이었다. 스노우는 알체라의 경영 개선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대신 보유하고 있던 의결권을 모두 황 대표에게 넘겼다. 스노우는 지난해 12월 26일 알체라와 의결권 위임 등 협약을 맺었다. 당시 알체라 주가는 이미 7000원대까지 주저앉은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 기업이 신사업으로 투자한 사업이 모두 실패하는 와중에 최대주주가 의결권을 현 경영진에게 모두 넘기는 일은 이례적”이라며 “CB 상환일이 도래하면서 황 대표의 보유 지분을 내다 파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이자 지분을 팔고 의결권을 넘겨주면서 경영권을 보장하는 결정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노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알체라 대표에게 경영 주도권을 주기 위한 결정이었다”고만 밝혔다. 왜 이런 이례적 결정을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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