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그 아픈 칠월”…11년 전 너희를 기억해

최예린 기자 2024. 7. 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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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바람결에도 살 따가운, 또다시 그 아픈 칠월의 시작이다."

18일 오전 공주사대부고 어울림 강단에서 '7·18 병영체험학습 참사(사설 해병대캠프참사) 11주년 희생학생 기억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공주사대부고는 해병대캠프참사 이후 매년 안전의식고취 백일장을 하고 있다.

현재 공주사대부고 학생회장인 2학년 김강민 군은 단상에 올라 '학생안전관리헌장'을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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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캠프참사 11주기 추모식
18일 오전 공주사대부고에서 열린 ‘7·18 병영체험학습 참사(사설 해병대캠프참사) 11주년 희생학생 기억의 날’ 행사에서 이 학교 3학년 김민서양이 참사 희생자인 선배들을 추모하며 쓴 자작시 ‘그때도 우린’을 낭송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작은 바람결에도 살 따가운, 또다시 그 아픈 칠월의 시작이다.”

이날 충남 공주에도 비가 내렸다. 고등학교 3학년 김민서양이 강단으로 나와 시를 읊었다. 김양은 ‘그때도 우린’이란 제목의 자작시 말미에 “부디 저 비통함의 몸부림이 그들만의 것이 되지 않기를, 그 절망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가슴이 되게 해 달라”며 11년 전 일찍 세상을 떠난 선배들을 추모했다.

18일 오전 공주사대부고 어울림 강단에서 ‘7·18 병영체험학습 참사(사설 해병대캠프참사) 11주년 희생학생 기억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2013년 7월18일 공주사대부고 2학년인 김동환·이병학·장태인·이준형·진우석군은 학교 단체 체험활동으로 태안의 사설 해병대캠프에 참여했다가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다. 캠프 교관의 지시에 따라 구명조끼도 입지 못한 채 줄 맞춰 바다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깊어진 수심에 변을 당한 것이다. 이후 공주사대부고는 매해 7월18일 학교에서 재학생이 참석하는 추모식을 열고 있다.

올해 추모 행사에는 희생자 유족과 교사·재학생·동문·학부모를 비롯해 임경호 공주대학교 총장, 공주 지역구의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재난참사피해자연대와 4.16연대도 추모식에 함께했다. 공주사대부고 선배이기도 한 박수현 의원은 참사 이후 매년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강훈식 의원은 글과 영상을 보내 희생자를 추모했다 . 이주호 교육부 장관, 김지철 충청남도교육감, 김태흠 충청남도지사, 최원철 공주시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 유족장학회 장학금은 ‘안전의식고취 백일장’ 입상자들이 받았다. 공주사대부고는 해병대캠프참사 이후 매년 안전의식고취 백일장을 하고 있다. 오성장학회 장학금은 3학년 김민서·김가연·정준석, 2학년 최유정·윤유정 학생에게, 이준형장학회 장학금은 2학년 정채영·방채원 학생에게 수여됐다.

추모식에서는 공주사대부고 재학생 동아리 ‘울림 챔버 오케스트라(14명)’의 ‘가족사진’ 연주와, ‘하람 합창단(44명)’의 ‘꿈을 꾼다’ 노래 공연이 펼쳐졌다. 1학년 최윤호군이 4분30초 분량으로 직접 만든 추모영상도 상영됐다. 현재 공주사대부고 학생회장인 2학년 김강민 군은 단상에 올라 ‘학생안전관리헌장’을 낭독했다.

18일 오전 공주사대부고에서 열린 ‘7.18 병영체험학습 참사(사설 해병대캠프참사) 11주년 희생학생 기억의 날’ 행사에서 재학생들이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희생자들의 동기인 57회 졸업생 대표로 추모사를 한 강우승씨는 “매번 아프고 괴로운데도 우리가 매년 이곳에 모여 그들을 추억하고 기억하려는 이유는, 함께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서로 큰 위안을 얻고, 산 자들이 그들의 기억으로 더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며 “과거는 점점 흐릿해져 우리 기억 속에만 남아 있지만, 그들이 그렇게 쉽게 잊히기에는 너무 짧은 삶을 살았기에 그들에 관한 기억이 어떤 의미가 되어 세상에 오래오래 남으면 좋겠다. 저의 소중한 친구였던 그들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그들이 이 세상에 왔다가 떠나갔음을 오래 기억하고, 그 기억이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운 죽음이 없는 사회가 절실하다는 생각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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