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나경원, 공소취소 요청" 폭로 하루 만에 사과…득일까 실일까

한정수 기자, 정경훈 기자 2024. 7. 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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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사진=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 공소 취소 부탁' 폭로가 여당 지도부 선거전의 막판 변수로 급부상했다.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 나경원 후보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자신과 여당 의원들에 대한 공소 취소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나 후보 등 경쟁자들은 물론 당내 일부 의원들도 한 후보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 후보는 하루 만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한동훈 대세론에 영향을 줄지에 관심이 쏠린다.

나 후보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군 호텔에서 열린 새로운미래를준비하는모임(새미준) 정기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가)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에 대한 분별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희룡 후보도 기자들에게 "우리 당원들이, 동지의식이 없는 분이 이 당을 맡을 수 있을까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도 한 후보를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한홍 의원은 당 의원 전원이 모여있는 채팅방에 한 후보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를 막기 위해 앞장섰던 분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 한 후보처럼 관련 폭로를 하면 누가 당을 위해 앞장서겠냐는 것이다. 일부 의원은 "당 대표 할 사람이 할 말이 아니다"라는 글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한 후보는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신중하지 못했던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해당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악법을 막는 과정에서 우리 당을 위해 나서다 생긴일이다. 이 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적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논란이 한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분위기를 조금 더 살펴봐야 하지만 일부 한 후보가 과했다고 생각하는 의견들이 지역에서 나온다"며 "(이번 일이) 당연히 한 후보에게 득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사진=뉴스1

다만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영남 지역의 또 다른 의원은 "한 후보의 폭로가 원내 의원들 인식에는 어느 정도 악영향을 줬다. 그러나 다수의 당원들 표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 후보의 폭로로 나 후보가 당을 위한 희생을 했다는 점이 부각된 측면이 있다. 나 후보에게는 약간의 득이 되고 내부 사정을 폭로한 한 후보에게는 약간의 실이 될 것"이라며 "이번 논란이 막판 변수로 떠오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 후보에 대한 지지 여론이 상당히 센 만큼 판세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나 후보의 부탁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본인이 본인의 사건에 대해 선처나 공소 취소를 구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치적으로는 부적절하지만 법적인 처벌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공소 취소가 실제 일어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의견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은 관할 검사장에게 있어 법무부 장관에게 부탁을 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며 "또 공소 취소는 검찰이 자신들의 기소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에 명백하게 반대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뤄지는 사례가 없다"고 했다.

한편 한 후보는 전날 오전 방송 토론회에서 "나 후보가 패스트트랙 사건 고소 취소를 부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나 후보가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일 때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구속하는 데 실패했다'며 비판하자 장관은 구체적 수사에 개입할 수 없다며 반박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말이 나왔다.

나 후보는 2019년 민주당이 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할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로 법안 접수 등을 물리적으로 저지했다가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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