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엔 학생이 없어요…공·사립학교도 잇단 통·폐합
학생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최근 농어촌 지역에선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간 통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학교 통·폐합은 공립학교끼리 이뤄졌다. 재산 정리와 교직원 고용 승계 등으로 갈등을 겪을 소지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존립이 위태로운 학교가 빠르게 늘면서 공·사립학교 간 통합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경상남도교육청은 18일 “2028년 3월을 목표로 소멸위험지역인 경남 하동군의 공립 하동고등학교와 사립 하동여자고등학교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규모는 하동고가 11학급 222명, 하동여고는 8학급 137명 수준(특수학급 제외)이다. 두 학교 모두 학생 수가 10년 전에 견줘 100명이 넘게 줄었다. 학생 수 감소 속도 역시 가팔라지고 있다. 결국 하동군 지역사회는 지난해 3월 통폐합 방안을 찾는 민관협의체를 출범시켰다. 한달 뒤인 지난해 4월에는 하동군의회가 두 학교 통합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지난 2월엔 하승철 하동군수가 “인구감소 위기는 우리에게 닥친 엄연한 현실이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소멸하는 것은 예정된 미래”라며 두 학교 통합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경남교육청은 두 학교를 ‘공립 하동고’로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학교 재산은 하동여고·하동중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하동육영원이 갖고, 하동여고 교직원(기간제 교직원 제외)은 경남교육청이 고용 승계할 방침이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5월28~31일 3차례에 걸쳐 학부모·주민 설명회를 열었고, 지난달 13~17일엔 학부모 설문조사도 했다. 조사 결과 남학생 학부모의 71.83%, 여학생 학부모의 63.41%가 통합에 찬성했다. 남은 절차는 학교법인 하동육영원 이사회의 심의·의결뿐이다.
소멸위험지역인 충북 음성군의 공립 감곡중과 사립 매괴여중도 2028년 3월 공립 감곡중으로 통합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충북교육청은 지난 9일 행정예고로 두 학교의 통합 결정을 알렸다. 특수학급을 제외하고 감곡중은 5학급 85명, 매괴여중은 5학급 75명 규모다. 충북교육청은 지난달 18일 학부모 설명회를 열고, 25일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90.2%가 통합에 찬성했다. 매괴여중 재산은 학교법인 청주가톨릭학원이 갖기로 했다. 매괴여중 교직원들은 청주가톨릭학원이 운영하는 다른 학교로 옮길 예정이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감곡중과 매괴여중이 통합해 적정규모 학교가 되면 다른 지역 중학교로 진학하는 학생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 통합을 완료한 공·사립학교도 있다. 전남 함평군의 공립 함평여고와 사립인 학다리고·나산고는 2017년 통·폐합해 공립 함평학다리고가 됐다. 공립 함평중과 사립 학다리중·나산중도 통·폐합해 공립 함평중이 됐다. 통·폐합은 학다리중·고를 운영하던 학교법인 학교의숙과 나산중·고를 운영하던 학교법인 실림학원이 먼저 전남교육청에 통·폐합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두 학교법인은 통·폐합에 앞서 학교 재산을 전남도교육청에 기부채납하고 사립학교를 공립학교로 전환했다. 전남교육청은 이들 학교법인이 운영하던 4개 학교의 교직원들을 고용 승계했다.
교육계에선 소멸위기 지역의 학교 통·폐합을 촉진하기 위해 사립학교법의 관련 조항을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남도교육청 담당자는 “사립학교 통·폐합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사립학교법의 ‘해산 및 잔여재산 귀속에 관한 특례’ 조항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 수 감소로 교육의 질마저 떨어진 사립학교 통·폐합을 위해 꼭 필요한 조처”라고 말했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 담당자는 “통·폐합을 하면 학생 수에 따라 초등학교는 40억~60억원, 중·고등학교는 90억~110억원의 ‘학교 통·폐합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통·폐합을 통해 적정규모 학교를 이루고 인센티브까지 받으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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