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 없다"는 바이든, 뒤에선 대체 후보 승률 물어…사퇴 고민?
사퇴론에도 대선 완주 의지를 드러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CNN이 보도했다. 중도 하차는 없다고 공개석상에서 단언하지만, 물밑에서는 유력한 대체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승률을 묻는 등 사퇴론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한다.
17일(현지시간) CNN은 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를 인용,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와 계속 대화하고 있다"며 "공개석상에서는 강력히 부인하지만, (사퇴론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being receptive)"이라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제는 '카멀라(해리스 부통령)는 이길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카멀라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서도 "거취가 명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고 (의견을) 듣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이은 악재 후 사퇴 위기를 겪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TV 토론 대결이 위기론에 방아쇠를 당겼다. 토론 내내 바이든 대통령은 말을 더듬거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자 후원자들을 중심으로 후보 교체 요구가 빗발쳤다. 여기에 지난 13일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 사건으로 공화당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정치매체 더힐은 다혈질로 알려진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론에 대해 상당한 분노를 표출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에 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다시 결집하고, 고금리 기조에도 경기침체 없이 경제를 연착륙 시키는 데 성공했음에도 사소한 말실수만 트집 잡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퍽 뉴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제이슨 크로우 하원의원과 통화하면서 "누가 나토를 다시 하나로 모았는지 말해보라"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에 대해 크로우 의원은 CBS에서 "감정이 격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우리의 뜻은 분명히 전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돌아올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 재고를 여러 번 언급했다면서 과거 발언을 조명했다. 이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BET방송 사전 인터뷰에서 "의사들이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면"이라면서 건강 문제가 생긴다면 출마를 재고할 수 있다고 했다.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이날 예정된 라틴계 미국인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증상이 심각하진 않으나, 당분간 델라웨어 자택에서 격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최악의 여론조사가 나오지 않는다면 대선 경쟁에서 하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지지층 65%가 바이든 대통령 사퇴를 바라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AP통신, 시카고대학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11일부터 닷새간 응답자 125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 직을 수행하는 데 충분한 인지능력을 갖췄느냐는 물음에 긍정적인 답변은 29%에 불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 ABC뉴스 인터뷰에서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 고위인사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ABC뉴스에 따르면 슈머 대표는 지난 13일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후보에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더힐에 따르면 펠로시는 토론 참패 이후 물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 중이라고 한다.
슈머 대표 측은 ABC뉴스 보도에 대해 "슈머 의원이나 바이든 대통령에게 직접 들은 게 아니라면 헛된 추측에 불과하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CNN은 "슈머 의원은 바이든 사퇴론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조(바이든 대통령)와 함께한다'는 말을 꼭 붙였다. 그런데 이번 입장문에서는 붙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민주당은 대선 후보 확정을 위한 대의원 화상 투표를 일주일 미루기로 했다. 슈머 대표가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투표는 다음달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공식 지명 전 하차를 선언한다면 후보 지명은 선언 대의원 3937명의 자유투표에 맡겨진다. 이중 3894명은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표명해 후보 선출 투표권을 얻은 인물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면서 지지를 표명한 인물을 대체 후보로 밀어줄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해리스 부통령이 가장 유력한 대체자로 꼽힌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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