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나 서나~현철 생각”, 폭우 속 눈물의 故 현철 영결식
“앉으나 서나~현철 생각~”
18일 오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 많은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가수 박구윤이 지난 15일 세상을 떠난 고(故) 현철(82)의 히트곡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을 개사한 조가를 불렀다. 현철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자 유족과 동료 가수 등 70여명이 모인 영결식 자리였다. 평소 선배 가수인 현철을 큰 아버지라 부르며 따랐다는 박구윤은 이날 “현철 큰아버지가 생전 당신을 닮은 제 모창을 그렇게 좋아하셨다”고 했다. 그런 박구윤의 노래 소리가 “가지 말라고 애원했건만/못 본 채 떠나버린 너”란 가사에 다다르자 곳곳에서 현철을 그리는 흐느낌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열린 현철의 마지막 장례 절차는 국내 가수 최초로 ‘대한민국가수장’으로 치러졌다. 통상 가수들의 장례는 ‘대한가수협회장’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대한가수협회 측은 “특정 단체만이 아닌 대중문화계 전체가 현철의 마지막을 애도한다는 뜻에서 이름을 달리 붙였다”고 했다. 협회의 설명처럼 장례 기간 가수 장윤정, 진성, 김흥국, 주현미, 방송인 이상벽 등 다양한 인사들이 현철의 빈소를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유인촌 문체부 장관, 가수 나훈아와 송대관, 이선희, 김연자, 남진, 임영웅 등 직접 빈소를 찾지 못 한 유명인들의 근조화환도 빼곡하게 이어졌다.
이날 영결식 현장은 이자연 대한가수협회장, 현숙, 강진, 유지나, 인순이 등 가요계 후배와 지인들 외 현철의 팬들까지 함께 자리를 지켰다. 현철을 추억하는 조사와 추도사도 이어졌다. 가수 박상철은 고인의 히트곡 ‘봉선화 연정’ 첫 소절을 인용한 조사를 읽으며 “항상 연예인이 가져야 할 자존심과 깨끗함을 강조하시고, 주변 분위기를 즐겁게 해주려 노력하셨던 선생님을 존경한다”고 했다. 가수 태진아는 “무대에서 열정과 재치 있는 입담으로 늘 편안한 웃음 선사했던 (현철의) 모습들이 자꾸 그립다”며 추도사를 읽다 “현철이형 사랑했어요”라며 오열했다.
가수 설운도는 “트로트 4인방의 맏형인 현철 형님께서 가셨다”며 “국민들의 애환과 아픔을 노래로 위로해주신 애국자시다. 형님 사랑 잊지 않고 오롯이 모든 분이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흐느꼈다. 이자연 대한가수협회장은 “어느 겨울 (현철과) KBS 후문 근처에서 소주 한잔을 나눴는데, 함박눈이 쏟아져 결국 한 병을 다 못 비우고 갔다. 그게 마음에 걸린다”고 추억했다.
이날 현철은 오전 8시 30분 경기도 분당추모공원 휴에 안치되며 영면에 들었다. 1969년 곡 ‘무정한 그대’로 공식 데뷔한 그는 ‘사랑은 나비인가봐’ ‘봉선화 연정’ ‘사랑의 이름표’ 등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는 히트곡들로 반세기 넘게 사랑 받은 가수였다. 데뷔 후 20년 간의 무명 생활을 버텨내고 40대를 넘기고서야 재능을 꽃피운 그의 일화는 많은 팬의 응원을 끌어냈다. 1989~1990년 연속 KBS 가요대상, 2002년 대한민국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 2006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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