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수치 널뛰기, 어지럼증 줄여줄 변수는

한기호 2024. 7. 1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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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읽기
조사기관마다 표본·방식 달라
동기 설문에도 결과는 제각각
성향 등 '하우스 이펙트' 적용
변수 많아 인당 최소 3회 권고

'여론조사'는 시사(時事)에 관심을 가져본 사람 누구라도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단골 메뉴다. 정례조사로 다뤄지는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부정 평가와 정당지지도부터 정치·정책현안 찬·반, 크고 작은 선거 예측, 아직 대진표도 짜이지 않은 여야 대선후보 적합도 가상대결까지 다양하다. '화제의 인물'이 뛰어든다면 작은 단위의 지역구 국회의원·단체장 재보궐선거도 전국단위의 이슈가 될 수 있고 당 지도부 경선 예측조사도 공직선거 못지 않게 관심을 받는다. '빅 마우스'끼리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공감 여부를 묻는 설문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유권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또는 국민 눈높이 확인 목적의 수요가 끊임없이 파생될 수 있다.

갈수록 여론조사 홍수시대다. 같은 현안을 놓고 동시다발적으로 설문 결과가 발표되기도 한다. 여론조사 기사 제목으로 본 수치가 비슷하다면 '대세를 확인했다'는 안도감이 들 수 있지만, 판이하다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도, 여야 정당의 지지도는 '널뛰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례로 지난 15일 공표된 리얼미터 7월2주차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에너지경제신문 의뢰·지난 8~12일·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02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포인트·무선 97% 유선 3% 전화 RDD·자동응답·응답률 2.9%)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는 1주 전보다 1.2%포인트(p) 오른 32.3%, 부정평가는 1.5%포인트 내린 63.8%로 조사됐다.

반면 한국갤럽 7월2주차 조사(지난 9~11일·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이동통신 3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100%·전화조사원 인터뷰·응답률 11.2%·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 긍정평가는 1주 간 1%포인트 내린 25%, 부정평가는 4%포인트 반등한 68%다. 양측의 조사기간은 겹치지만 지지도의 수치도, 등락 흐름이 전혀 다르다. 짧은 기사 제목으로 표현된 수치만으론 정확도까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표본오차와 신뢰수준, RDD(무작위 번호 생성 전화걸기)와 가상번호, 자동응답(ARS)과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응답률, '여심위 홈페이지 참조' 등 변수가 많아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느 쪽이 정확한지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참작할 순 있다. 리얼미터 조사는 표본이 2502명 규모로 오차범위가가 적고, 국번을 사용하는 유선전화 응답을 일부라도 포함시켰다. RDD 방식상 '알뜰폰' 가입자들도 참여가 된다. 다만 조사기간이 닷새 간으로 최신 이슈 영향을 반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 조사원의 목소리가 아닌 기계음을 듣고 임하는 ARS 조사 특성상 응답률이 낮은 편이다. 정치 관여성향이 낮은 20대, 모르는 전화번호를 경계하는 여성·고령층 응답 확보가 어려울수도 있다. 리얼미터는 선거 여론조사로 분류되는 '정당지지도'를 지난해 7월2주차부터 대통령 국정수행평가와 별도 집계해, 후자는 여심위에 등록되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은 표본이 1000명대로 낮아진 만큼 오차범위는 소폭 늘지만, 가장 많이 채택되는 단위다. 또 유선 5%·무선 95% RDD에서 지난해 7월1주차부터 통신 3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로 추출 방식을 바꿨다. 현대인 최신 생활상을 반영했지만 소수인 유선전화와 알뜰폰 사용자가 배제된다. CATI 방식은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응답자의 중도 이탈 가능성이 ARS에 비해 낮고, 응답률도 통상 10%를 넘는다. CATI에서 정치 저관여~고관여층이 더 고르게 반영될 수 있고 실제 무당(無黨)층이 20~30%선 반영돼 현실적이기도 하다. 조사기간을 주중 사흘간으로 잡아 최신 현안 반응을 가늠할 수 있는데, 리얼미터도 분리된 정당지지도 설문은 이틀치를 실시해 발표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론조사 결과마다 따라붙는 "통계보정은 20XX년 X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림가중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내용이 변수다. 주민등록 인구통계 시점은 최신화 돼있을수록, 통계표에서 드러난 성별·연령대·권역별 '가중치'는 낮을수록 좋다. 현안 찬반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각 정당 지지층의 드러난 응답성향은 '확신'해도 좋지만 여야 지지층 분포는 '신중'하게 봐야한다. 전국민이 참여한 대선과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득표율 실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설문마다 '지난 총선 어느 정당(지역구·비례)에 투표했는지' '지난 대선 어느 후보를 뽑았는지'를 포함시키면 이상적이지만,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최근 윤 대통령을 향한 거대야당 주도의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찬·반', '대통령 탄핵 찬반' 조사 발표가 혼재됐지만 '찬성 55%대 반대 40%' 가량으로 대동소이하다. 18일 공표된 미디어토마토 조사 결과(뉴스토마토 의뢰·지난 15~16일·전국 1008명·무선 RDD 100%·전화ARS·응답률 2.4%·여심위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민동의 청원 국회 법사위 청문회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4.1%, '반대한다'는 40.2%로 2주째 비슷하다. 이는 여야 지지층 분포와 밀접할 수 있다. 정당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 38.1%, 국민의힘 37.7%, 조국혁신당 8.8%, 개혁신당은 3.9%, 새로운미래 1.7%, 진보당 1.3%로 집계됐는데 범(汎)야권이 넉넉히 과반이다.

이 조사 응답자 중 국민의힘 지지층은 '대통령 탄핵 청문회'에 86.9%가 반대(찬성 9.1%)하고 민주당 지지층은 92.7% 찬성(반대 4.3%)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특정 정당 지지층이 많이 포함됐을수록 국민 여론의 찬반 무게추 자체도 이동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민주당·혁신당 등 야권 지지층은 정치 고관여 성향이 지배적이어서 전화ARS 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전국단위 선거에서 패배했거나 대형 악재가 거듭된 정당의 지지층은 응답 회피성향이 높아지기도 한다. 4·10 총선 참패 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혁신당과 분리된' 민주당 단일 지지율과 간신히 박빙 열세를 이뤄온 경향이 컸는데, 7·23 전당대회 당권경쟁 과정에서 반등세를 보였다.

'하우스 이펙트(house effect)'도 변수다. 채널A가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ViBA Lab과 함께 운용하는 팩트체크 시스템 'Poll-A'는 이를 "여론조사기관의 경향성이 조사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친민주당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가 설립한 조사업체가 조사 의뢰자와 조사 주체를 겸한 가운데 국민의힘과 '민주당 + 혁신당' 간 편차가 가장 크게 집계돼왔고, 보수 유튜버가 보수성향 업체에 의뢰한 조사에선 여당이 홀로 야2당을 넘어섰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조사 의뢰자 시각이 반영되는 설문 문항, 문항 선후배치도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Poll-A는 수십개 조사업체의 '경향성'을 매기고, 이를 제거해 종합한 추이 그래프도 소개한다.

이외의 변수를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고관여층 과잉 대표를 막고 정확도를 높이려면 "(1명당) 최소한 3회 정도 전화를 걸어야 한다. 미국은 원래 7회씩 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식 유권자 추적형 조사와 한국의 주류인 랜덤(무작위) 추출 조사에 대해 "한국처럼 지지정당 선택뿐만 아니라 지지자 간 증오가 강한 '정서적 양극화'가 심한 지역에서 추적형 조사는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전화면접은 응답자들이 주변 분위기를 신경쓰면서 (소극적으로)답할 수 있다"며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반에 대한 대구경북(TK) 지역에서의 전화면접·ARS 조사 편차가 컸던 사례를 들었다. 정쟁이 최고조에 이르는 선거 기간과 멀수록 무당층의 대표성이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란 설명도 있었다. 가장 투표율이 높은 대선도 적어도 23%의 기권성향이 나타난 바 있다.

한편 거대양당의 연이은 '지도부 경선'이 화제인데, 당 지지층의 여론이 주된 가늠자다. 특정 주자(들) 선호도를 여야·무당층을 모두 포함시켜 물은 것과, 각당 지지층에게만 물은 결과는 판이하다. 전자는 반대진영의 '역선택'이 반영될 여지가 크고, 경선 비중 대부분인 '당원투표'와도 차이가 크기 마련이다. 소속당의 '전통적 지지층'에 강한 정치인은 당심(黨心)을 강조하고, 반대의 경우 '여론조사와 당원 표심은 다를 것'이란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국민의힘은 당원선거인단 규모가 2021년 6·11 전대 32만8000여명, 11·5 전대 56만9000여명, 올해 7·23 전대 84만여명으로 늘었고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당심 여론조사와 일치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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