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비추는 AI와 로봇 이야기...국립극단 연극 ‘전기 없는 마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시골 마을 찾아 전기 끊는 AI들
‘가상세계 속 가상세계’ 구조로
난해한 과학·철학 논의 풀어내
감성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인간보다 인간적인 로봇 그려
AI와 로봇,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공연들이 관객을 맞고 있다.
국립극단 연극 ‘전기 없는 마을’(작·연출 김연민)은 인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AI들의 모습을 그린다.
“우리 삶에 깊이 자리 잡은 과학기술을 잘 이해하려면 그것을 하나씩 제거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김연민 연출가의 의도처럼 연극은 전기를 끊는 행위에서 복합적인 의미를 발생시킨다. 흩어져 살던 인간들이 전력망이 있는 도시로, 궁극적으로는 데이터센터에 모이며 종(種)적 연결을 강화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고향인 실제 세계를 잃어버린다. 인간이 떠난 공간은 울창한 나무 등 자연으로 다시 채워진다.
이처럼 연극이 많은 주제를 소화할 수 있는 것은 다층적인 서사 구조 덕분이다. 전기를 끊으러 다니는 재이와 이든이 속한 1번 세계는 사실 시뮬레이션의 세계이고, 그 바깥에 1번 세계를 프로그래밍한 또 다른 AI 재하(최하윤)와 기준(정원조)의 2번 세계가 있다. 그리고 2번 세계를 구현한 창조주이자 등장인물 중 유일한 인간인 영란(강애심)과 그의 AI 비서 원식(홍선우)이 존재하는 3번 세계(현실 세계)가 이어진다. 고전소설 ‘구운몽’, 영화 ‘인셉션’의 몽중몽(夢中夢) 구조와 유사한 ‘가상세계 중 가상세계’ 구조다.
결국 ‘전기 없는 마을’이 전하는 메시지는 과학기술이 고도화된 시대에 위기를 맞는 인간성이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영란이 가상세계와 AI들을 만든 사연이 드러나는 장면은 지극히 인간적이어서 인간성의 말살을 조명하던 작품 전반의 내용과 선명히 대조된다. 공연은 8월4일까지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어쩌면 헤피엔딩’은 헬퍼봇들이 가진 따뜻한 인간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인간보다 인간적이지만 소모품일 수밖에 없는 비극성이 부각되고, 충전과 수리를 주기적으로 해야하는 몸과 그 안에 담긴 섬세한 감정을 배우들이 사랑스럽게 표현한다. 피아노와 드럼,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이 연주하는 아날로그 음악도 작품을 포근한 분위기로 감싼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어쩌면 해피엔딩’의 결말은 행복한 듯 행복하지 않은 듯 열려있다. 9월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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