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수수료 기습 인상에 고심 깊은 정부···미국선 수수료 상한 법제화
국내 배달앱 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이 배달수수료를 기습적으로 올리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대형 배달 플랫폼들의 자발적인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면서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배달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독점적 시장지위를 확보한 플랫폼들의 자율규제에만 맡겨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대책이 될 가능성이 커 정부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배달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달 중 민·관 합동 ‘배달앱 상생협의체’를 발족한다. 협의체는 소상공인 단체와 배달플랫폼, 정부 등으로 구성되는 자율 협의기구 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수수료 부담 상생 방안을 오는 10월까지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음식업·전통시장 영세 소상공인을 상대로 배달료도 지원한다. 배달 라이더에게 내는 비용을 소상공인에게 지원하는 사업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해 다음달 말 구체적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소상공인 전기료(최대 20만원) 지원 대상을 연 매출 3000만원 이하에서 6000만원 이하로 확대했다. 배달료 지원은 소상공인 전기료 지원 방식과 비슷하게 현금 지급 형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배달 수수료 인상이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민·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 3사가 90% 이상을 독과점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 16일 “독과점이 더 심해질 배달앱 시장에서 온라인플랫폼 업체들이 구독요금을 급격히 인상하더라도 다른 대안이 크게 없는 소비자는 끌려다닐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배달 플랫폼이 수수료 인하를 거부하는 경우다. 정부가 자율규제에 맡기는 한 업계의 자정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도하는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에 따라 포장주문 서비스 수수료 무료 정책을 도입했다가 슬그머니 축소했다. 기존 입점 소상공인에게는 무료 정책을 1년 연장하되, 신규입점 소상공인에게는 포장주문 수수료를 부과키로 하면서다. 정부 입장에선 배달수수료 인하 없이 소상공인을 지원하면 그 혜택이 결국 플랫폼업체에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 고민되는 부분이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소상공인들은 ‘수수료 한도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뉴욕, 워싱턴 등은 배달앱의 수수료를 주문 가격의 15% 이하로 제한하는 법을 도입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수수료 20% 상한제를 한시 도입했다가 지난해 아예 법 제정으로 이를 영구화했다. 정부도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검토하지 않는 건 아니다. 공정위는 플랫폼의 독과점·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온라인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수수료 규제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02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우리도 미국처럼 배달수수료를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 “만일 (자율적인 합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법제화 논의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210071709001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7081638001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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