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비는데 상영만…‘스크린 독과점’ 문제 다시 수면 위로

김은형 기자 2024. 7. 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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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극한직업', '범죄도시4'.

해가 갈수록 흥행영화의 상영점유율의 쏠림이 심화하는 현상, 즉 스크린독과점이 문제가 심각해지는 걸 5년 주기로 보여주는 수치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한 영화의 상영점유율이 50%를 넘을 때 스크린 독과점으로 간주한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연구해온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개봉 시점의 상영 회차는 관객 수요가 아니라 수요 '예측'으로 배정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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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상한제’ 법제화 목소리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일으킨 영화 ‘범죄도시4’. ABO엔터테인먼트 제공

‘국제시장’, ‘극한직업’, ‘범죄도시4’.

세 영화는 모두 관객 1000만을 넘겼다. 차이는 상영점유율. 영화 전체 상영횟수에서 특정 영화의 상영횟수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2014년 개봉한 ‘국제시장’은 상영점유율이 31%, 2019년 개봉한 ‘극한직업’은 53%, 2024년 개봉한 ‘범죄도시4’는 82%로 크게 차이가 난다. 해가 갈수록 흥행영화의 상영점유율의 쏠림이 심화하는 현상, 즉 스크린독과점이 문제가 심각해지는 걸 5년 주기로 보여주는 수치다.

2000년대 이후 영화계의 가장 큰 논란거리이자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며 해묵은 논쟁이 된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한 영화계의 문제 제기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지난 6월 말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 토론회, 지난 16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대안 마련 토론회 등이 열리며 영화계는 22대 국회에서 스크린 독과점 해결 법제화를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범죄도시4로 불거진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스크린 상한제 법제화 논의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9일 서울 한 영화관의 범죄도시4 상영시간표와 잔여좌석 안내전광판. 연합뉴스

멀티플렉스에서 한 영화가 일정 비율 이상 스크린을 차지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 입법화는 2016년 20대 국회에서부터 안철수, 도종환, 조승래, 우상호 의원 발의안 등이 쏟아져 나왔지만 모두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스크린 독과점의 법적 기준은 없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한 영화의 상영점유율이 50%를 넘을 때 스크린 독과점으로 간주한다. 법안이 나왔던 코로나 전에는 디즈니 등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의 블록버스터에 주로 해당하는 문제였지만 한국영화 산업규모가 정점에 오른 2019년부터 대작 한국영화의 스크린 독과점도 늘기 시작했다. 할리우드와 국내 영화 사이에 그어졌던 전선이 국내 메이저 배급사와 극장, 제작사 사이에도 만들어지면서 셈법이 더 복잡한 문제가 됐다. 제작사와 중소 배급사 중심으로 스크린 상한제 법제화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이유다.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는 “(2011년 영화계를 총망라하고 정부까지 참여해 발족한)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회가 오래 활동하며 내놓은 이행협약은 유명무실하고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오히려 심해졌다. 프랑스 극장은 스크린 독과점을 하면 제재를 받으니 손해를 보지만 한국 극장은 협약을 안 지키면 이익을 본다. 누가 강제 없는 자율적 이행을 하겠나”고 반문하면서 “법으로 만들고 법대로 지켜나가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못 박았다.

스크린 다양성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프랑스는 6개 이상 스크린을 보유한 극장이 한 영화를 20~30% 이상 상영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할리우드 대작이라도 15%를 넘기지 않는다. 무한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미국에서도 멀티플렉스에서 대작영화가 걸리는 스크린 개수는 평균 3.3개에 불과하다. 현재 미국에서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는 ‘슈퍼배드4’ 역시 개봉 2주차 상영점유율이 30% 선을 넘지 않는다. ‘슈퍼배드4’는 정작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한국 극장에서 변칙개봉으로 이번 주말 주요 멀티플렉스 황금시간대의 스크린을 장악한 상황이라 논란을 낳고 있다.

변칙 개봉 논란을 낳는 ‘슈퍼배드4’

멀티플렉스 극장은 스크린 쏠림 현상이 관객의 선택권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관객이 많이 보는 영화에 스크린 수를 늘린다는 논리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연구해온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개봉 시점의 상영 회차는 관객 수요가 아니라 수요 ‘예측’으로 배정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노 교수는 “독과점 논란이 나오는 영화들의 좌석 점유율이 실제로 높지 않다. 스크린만 차지하고 좌석은 많이 차지 않는 것”이라며 “스크린 상한제를 두어도 극장들의 영업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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