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조정석 “실제 ‘여장’만이 살길? 가장이라면 해야죠”[인터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4. 7. 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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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은 배우의 숙명...‘헤드윅’ 경험 없었어도 도전했을 것”
“아내 거미도 예쁘다고...박보영·최강희 닮았단 댓글 영광”
“흥행 스코어? 400만은 달성했으면”
배우 조정석. 사진 I 롯데엔터테인먼트
“가장으로서 여장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요? 해야죠. 그럴 수밖에 없다면 무조건 해야죠. 최선을 다해 아주 열심히요!”

작품 속 주인공처럼, 가장으로서, 개인으로서,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여장’이 최선의 길인 상황이 온다면 어쩌겠냐고 묻자 조정석은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했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다. 해야 한다면 무조건 한다. 그런 나이기에 정우의 선택에 공감하고 깊이 공감했다”고도 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파일럿’(감독 김한결)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 분)가 막다른 골목에서 파격 변신을 감행, 기적처럼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코미디물. 화려한 원맨쇼를 펼치는 조정석을 필두로 이주명 한선화 신승호 등이 다채롭게 서포트한다.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조정석은 “설렘 반 긴장 반”이라며 “언론배급시사회 전날 잠도 못잤다. 너무 떨렸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 걱정도 컸는데, 다행히 좋은 반응이 많아 조금 마음이 놓인다”고 미소를 지었다.

‘파일럿’을 이끄는 조정석은 원톱 주연답게, 그간의 경험들을 집대성해 놀라운 하드캐리를 보여준다. 모든 면에서 능숙하다. 뮤지컬 ‘헤드윅’에 버금가는 여장 소화력, 코미디 연기와 짠한 생활연기, 이주명 과의 은근한 썸까지 찰떡이다. 자칫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의 면면들도 그만의 호감 에너지로 똑똑하게 감춘다.

‘파일럿’ 조정석 스틸. 사진 I 롯데엔터테인먼트
“우리 영화가 코미디 장르 안에 가족, 개인의 성장 외 예민한 주제(성갈등)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런 부분에 부담감을 느끼진 않았어요. 일단 작품이 재밌고, 이야기가 내게 와닿으면 다른 건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에요. 지금껏 제가 해온 작업들이 다 그랬고요. ‘파일럿’ 속 한정우가 잘못한 지점이 분명하게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알고 뉘우치는 과정 또한 잘 담겼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하고 몰입하며 연기했어요.”

후배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는 그다. 조정석은 먼저 이주명에 대해 “가까이서 호흡을 맞췄는데 정말 좋았다. 에너지도 정말 남다르지 않나.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단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라며 치켜세웠다. 이주명은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송피디로 눈도장을 찍은 뒤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큰 인기를 끌었다.

남매 호흡을 맞춘 한선화에 대해서도 “왜 이제 만났나 싶을 정도로 정말 잘 맞았고 내내 즐거웠다. 합이 정말 좋았다. 정말 가족 같았고 편안했다. 함께 한 모든 동료 배우들과 친근했고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상황이 주는 코미디가 잘 담긴 영화다보니 현장 자체도 그랬던 것 같다”고 애정을 보였다.

‘파일럿’ 여장한 조정석. 사진 I 롯데엔터테인먼트
특히 파격 여장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처음 등장 신이 너무 괜찮았다. 묶음 머리하고 활기차게 들어가는 장면도 좋았다. 의상·분장팀의 승리였다”는 그는 “촬영할 때 다른 배우들이 저를 못 알아봤을 때 정말 기뻤다. 약간 희열이 있었다. 군중 속에서 계속 걷고 있는데 눈이 마주쳤는데 못 알아보셔서 짜릿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만약 ‘헤드윅’이란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도 저는 이 영화를 했을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이잖아요. 외모적인 것은 물론 톤 또한 제 목소리에서 가장 하이톤을 사용하려고 했어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죠.”

그러면서 그는 “‘헤드윅’부터 ‘파일럿’까지 이런 (여장하는) 작품을 계속 만나는 게 운명인 것 같다. 앞으로도 여장 하는 작품을 만날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런 걸 선택하고 이런 작품을 하게 되는 것도 모든 게 다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변신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지만, 배우들의 숙명이기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조정석은 “아직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가족들은 (제가 어떤 작품을 하든) 무덤덤하다. 그냥 ‘이런 영화를 찍었구나’ 하는 반응이다. 근데 이번엔 (아내) 거미 씨가 예쁘다는 말을 해줬다”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부부가 서로 직업이 달라 본업 할 때 조언을 주고 받는다. 자는 ‘이 시나리오 너무 재밌는데 봐달라’라고 하고, 거미 씨는 음악을 들려주곤 한다. 서로의 느낌, 소감 같은 걸 주고 받는다. 다만, 촬영에 들어가면 특별한 조언은 구하지 않는다”며 “기억에 남는 게 거미 씨의 칭찬도 있지만, ‘박보영 배우 닮았다’‘최강희 누나 닮았다’는 댓글을 봤다. 너무 죄송하지만 영광”이라고 너스레를 떨어 또 한 번 폭소를 자아냈다.

배우 조정석. 사진 I 롯데엔터테인먼트
‘파일럿’ 열혈 홍보 중인 그는 최근 아이유와도 오랜만에 재회해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지난 2013년 방송된 KBS 2TV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그는 17일 공개된 ‘아이유의 팔레트’ 출연에 대해 “아주 오래 전부터 나가고 싶었는데 제가 나가고 싶다고 나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너무 바빴고 타이밍이 맞질 않았는데 아이유 씨랑 오랜만에 연락이 닿아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만에 만났는데 정말 좋더라. 만나면 기분 좋은 동생이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연락은 종종 해왔고 늘 응원해왔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작 코미디 재난물 ‘엑시트’로 천만에 육박하는 메가 히트를 이뤄냈던 그다. 흥행에 대한 솔직한 욕망(?)을 묻자 조정석은 망설임 없이 “400만 관객을 달성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약 220만이다.

“‘파일럿’은 다채로운 미덕이 있는 작품이에요. 웃음뿐만 아니라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잊고 지내는 중요한 가치들에 대한 메시지도 따뜻하게 담겨있고요. 오롯이 다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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