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한라산 산굴뚝나비, 기후변화에 “못살겠네”
온난화 영향, 북방계 나비 서늘한 곳으로
국내에서는 오직 한라산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멸종위기종 산굴뚝나비의 개체수가 점점 줄고 서식지도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가 산굴뚝나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천연기념물 제458호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인 산굴뚝나비의 보호와 생태 연구를 위해 이달부터 모니터링 연구를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산굴뚝나비는 한국에서는 오직 한라산에서만 서식하는 종이다. 2005년 천연기념물에 이어 2012년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됐다. 2019년에는 구상나무와 함께 한라산을 대표하는 깃대종으로 선정됐다.
산굴뚝나비는 일반적으로 6월 하순에서 9월 상순에 걸쳐 연 1회 출현한다. 북방계 나비인 만큼 서늘한 고지대에 국지적으로 서식하는 특징이 있어 한라산에서도 해발 1300~1500m 이상 지역에서 볼 수 있다. 한반도에서는 함경북도 일부 개마고원에만 제한적으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최근 산굴뚝나비의 주요 서식지가 기존 해발 1500m보다 더 높은 1700m 이상 지대로 점차 이동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개체수 역시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한라산의 환경 변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비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엔 개체수도 절반 이상 감소 추정
기후변화 조릿대 확산에 먹이도 줄어
온난화로 인해 북방계 나비인 산굴뚝나비가 보다 서늘한 고지대로 서식지를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라산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는 조릿대로 인해 산굴뚝나비의 먹이 식물이 줄어드는 것이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도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산굴뚝나비의 가장 큰 서식지인 장구목에서 하루 500여마리까지 관찰됐다면 지금은 200마리 전후로 보이는 등 절반 이상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종의 특성상 앉아 쉴 수 있는 암반이 필요한데 조릿대가 확산돼 암반까지 뒤덮으면서 나비가 쉴 공간이 없어지는가 하면 애벌레의 먹이 식물도 없어지고 있다”면서 “온난화까지 더해지면서 보다 서늘한 고지대로 나비의 서식지가 밀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이번 연구에서 나비의 생애주기, 번식과정, 먹이식물 등의 생활사를 종합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나비의 출연시기와 개체수를 모니터링해 개체수 변화 추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분포지역의 환경적 특성도 분석한다.
강석찬 세계유산본부장은 “산굴뚝나비는 기후위기와 서식지 환경변화로 인해 개체수가 감소 추세에 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멸종위기에 놓인 산굴뚝나비와 한라산의 생태계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자료를 축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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