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장부에 ‘대한민국 모든 것’ 담다

선경철 2024. 7. 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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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 뉴욕 한국문화원장

15년이 걸렸다. 맨해튼 중심부에 뉴욕코리아센터가 들어설 땅을 구입한 해가 2009년. 이후 설계와 시공업체 선정, 첫 삽을 뜨는 데까지 꼬박 10년이 소요되었다. 간신히 시작된 공사가 코로나19(COVID-19)를 겪으며 5년이 지난 2023년 말에 마무리되었다. 

6개월 간의 시험 운영 기간을 거쳐 지난 6월 27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주재로 공식 개관 행사를 가졌다. 지난 15년은 한국인 특유의 ‘하면 된다’와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은 마음)’의 정신을 잘 보여준 시간이었다. 특히 2020년대 초 팬데믹을 겪으며 K-컬처, K-아트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인기가 급성장한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가장 적기에 개관을 하게 된 셈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개관을 하게 된 만큼 ‘뉴욕코리아센터’를 운영하는 뉴욕문화원 모든 직원들의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또 ‘뉴욕코리아센터’를 뉴욕의 문화 명소로 만들겠다는 각오도 더욱 각별하고 단단하다. 

‘뉴욕코리아센터’는 맨해튼 32가에 자리한 코리아타운에서 동쪽으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오천 년 이어온 우리 문화, 예술의 역사를 도기, 자기, 나무로 상징화해 유리상자에 담아 놓은 건축디자인으로 독특하고 세련된 외관을 자랑한다. 내부에 들어서면 25m 높이의 거대한 보이드 공간이 밝고 웅장하며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내·외관이 조화를 이뤄 작지만 당당하게 세계의 중심에선 선도국가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잘 전달하는 건축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지하 2층, 지상 7층, 총 1050평 규모로 각 층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지하는 전체가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극장, 1층은 대형 비디오월(Video Wall)로 둘러싸인 첨단 전시 공간, 2층은 일반 전시 공간과 우리만의 고유한 정취를 담은 정원이 있다. 3층은 한글 책을 만 여권 소장하고 있는 도서실, 4층에는 한식 조리 실습을 할 수 있는 부엌이 있다. 5층은 세미나실, 6, 7층은 사무실이다. 

뉴욕은 독보적인 세계 문화, 예술의 중심이다. 전 세계 미술품 거래의 약 40%를 차지(2021년 기준)하고 링컨센터, 카네기홀 등 공연예술 기관과 공연장도 748개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또 이러한 문화, 예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간 6200만 명(2023년 기준)이 넘는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문화, 예술 시장이 세계 최대이고 방문객이 대한민국 인구보다 많다는 것은 이들의 눈길, 발길을 잡기위한 경쟁 역시 세계수준임을 의미한다.

뉴욕코리아센터 외관 및 내부 모습(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이제 막 문을 연 ‘뉴욕코리아센터’가 수준 높은 문화, 예술 시설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뉴요커는 물론, 전세계 방문객들이 찾는 ‘차별화된 문화, 예술 시설’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일관된 운영 전략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뉴욕코리아센터’는 ‘K-컬처와 아트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뉴욕 속 대한민국’이 되어야 할 것이다. 뉴욕 속에서 한국 문화, 예술의 정수를 전달하는 장소로서 우리의 역사, 예술 그리고 생활 방식을 체험할 수 있는 원 앤 온리(One&Only) 공간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우리 문화, 예술을 홍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인이 한국을 방문하고 체험하고 싶도록 만들고 한국과 관련된 모든 상품에 대한 소비 욕구를 높이는 공간이 돼야 한다. 

세계를 향해 문을 연 ‘뉴욕코리아센터’가 당면한 예산과 인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예술 공간으로 성장해 가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관점의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문화, 예술 소비력과 전파력이 큰 20, 30대 MZ세대 동포들에게 집중하고자 한다. 뉴욕에는 전문직에 종사하며 문화, 예술에 관심이 많고 유행을 이끄는 MZ세대 동포들이 많이 있다.

특히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동포(Korean American)들은 K-컬처와 아트를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문화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여줄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이들을 코리아센터 활동의 핵심지지층이자 홍보집단으로 결속시켜 우리 문화, 예술이더 빠르고 넓게 미국 주류사회에 전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MZ세대 단체들이 뉴욕문화원의 행사 기획, 운영에 참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자 한다. 또 코리아센터가 그들의 사랑방이 될 수 있도록 담장을 낮추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 MZ 동포세대가 코리아센터의 핵심 지지그룹으로 자리잡게 되면 K-컬처, 아트가 주류 사회에 미치는 영향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MZ세대가 적극 호응할 수 있고 젊고 역동적인 대한민국 이미지에 부합하는 예술, 문화 분야에 집중하고자 한다. 웹툰과 게임, 어반 아트, 비디오아트, 퓨젼 국악, K -클래식, 현대 무용, 뮤지컬, 영화 등 MZ세대의 관심이 높은 분야에 역량을 쏟고자 한다. 이들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많은 MZ세대 문화, 예술인들이 한국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K-푸드는 K-컬처 확산의 핵심 분야이다. 발효 등 우리 음식이 지닌 우수성에 대한 이해와 선호도 확산은 물론, 집에서 쉽게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생활밀착형 간편식 전파에도 집중하고자 한다. 아울러 관련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K-뷰티, 패션 등 K-라이프스타일 확산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무엇보다 우리 한국인의 문화 정체성과 DNA를 이루는 핵심콘텐츠는 ‘한글’이다. 많은 2, 3세 동포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키워갈 수 있는 힘은 주말에 한국 학교에서 깨우친 한글에서 비롯된다. 한국학교와의 협력 사업을 확대하고 한글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창의적인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자 한다.

코리아센터 운영 방식도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포 문화, 예술인과 단체는 물론, 후원이 가능한 기업들까지 코리아센터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을 해야 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많은 선진국들의 경우 그 국가의 문화, 예술 홍보, 지원 활동은 민간 단체의 몫이다. 이들 민간 단체는 대부분 뉴욕주에 등록된 비영리조직으로 탄탄한 동포 사회, 성공한 동포 기업, 자국 기업들의 참여와 후원으로 운영된다. 

‘뉴욕코리아센터’가 당장 민간 조직으로 전환할 수는 없겠지만, 이들 민간 비영리 조직의 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해 예산, 인력 등 시급한 부분부터 개선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코리아센터는, 국민의 세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국가 기관에서 벗어나 현지 동포와 글로벌 기업들의 후원과 참여로 운영되는 현지 민간 조직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중·장기적인 계획 아래 이뤄져야겠지만, 코리아센터가 문을 연 지금이 논의를 시작할 적기이다.

올해는 뉴욕한국문화원이 문을 연지 45년이 되는 해이다. 가발, 섬유 제품이 수출의 전부였던 시절 문화 강국의 비전을 품고 뉴욕에 문화원을 마련한 선배님들의 천리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45년 후 ‘뉴욕코리아센터’는 어떤 모습일까? 그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뉴욕에서 대한민국을 경험하는 원 앤 온리(One&Only) 문화, 예술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에는 모두 공감할 것이다. 저희 뉴욕문화원은 그 목표를 향해 오늘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뉴욕에 오면 꼭 코리아센터를 방문해보자.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그 목표 달성을 앞당기는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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